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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00 벌어볼래?" 꼬드김에 중국 갔더니…'보이스피싱 콜센터'

경찰,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 조직 텔레마케터 모집책 등 4명 구속
피해자 13명 중 11명이 여성…13명이 7200만원 뜯겨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 2015-07-05 09:00 송고 | 2015-07-08 15:26 최종수정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바보라도 한 달에 300만~500만원은 번다니까. 나는 7000만원도 벌었어"

이모(27)씨는 지난 1월 초순쯤 잘 알던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사업가 안모(33)씨를 소개받았다. 안씨는 이씨에게 "중국에서 '대박 사업'을 하려 한다"며 함께 중국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중국에서 자신의 사업체 임원으로 일하도록 해주고 적응 기간 동안은 한국어로 전화 상담을 하는 일을 맡기겠다는 것이었다. '합법적'이라는 단서도 붙었다.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에 이씨는 안씨와 함께 1월17일 중국으로 떠났다. 길림성 연길시에 이씨가 도착해서 마주한 것은 허름한 가정집에 차려진 정체모를 사무실이었다.

거실과 방 두, 세개가 딸린 공간에서 이씨에게 맡겨진 일은 남녀가 섞여앉은 사무실에서 인쇄된 종이에 적힌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같은 말을 줄줄이 읊는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지능범죄수사팀(첨단범죄수사팀) XXX 수사관이다. 금융사기단을 검거했는데, 당신의 계좌가 입출금에 이용됐다. 타인에게 통장을 빌려주거나 양도한 적이 있나?…"
'대박 사업'의 꿈 대신 이씨에게 주어진 역할은 들어봤던 '보이스피싱 텔레마케터'라는 직책이었다. 죄책감 등에 시달리며 금새 일에 싫증이 났다. 실적이 없으면 "왜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혼이 났다.

조직은 이씨에게 수익만 내면 5%씩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성과가 없자 조선족인 보이스피싱 총책은 이따금씩 중국돈 300원씩을 쥐어줬다. 그 돈은 3,4일이면 금새 바닥이 났고, 중국에서의 생활은 힘들 뿐이었다.

지난 2월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한국에 빠져나온 이씨는 다시 안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가서 '검찰 일' 다시 하자. 네 친구들도 좀 데려와 줘라". 안씨는 사업가가 아니었다. 보이스피싱 텔레마케터로 활용할 사람들을 뽑아가는 소위 '모집책'이었던 것이다.

이씨는 보이스피싱 텔레마케터는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결국 서울 강북경찰서에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중국에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차려두고 검찰 관계자를 사칭하며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채 온 혐의(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법률 위반)로 텔레마케터 모집책 안모(33)씨와 텔레마케터 김모(28)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씨 등은 지난 2월16일 이모(24·여)씨에게 검찰 수사관과 검사를 사칭해 295만원을 가로채는 등 등 6월12일까지 총 4개월에 걸쳐 13명으로부터 7200만원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중국 연길의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을 사칭하고 보이스피싱과 유사파밍 등 수법을 구사해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콜센터의 텔레마케터가 1차로 수사관을 사칭해 사건 내용을 알려준 뒤 속아넘어간 사람들만을 골라 다른 텔레마케터가 2차로 검사를 사칭하며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유도했다. 혹은 금융감독원이 관리하는 '안전계좌'로 돈을 입금하도록 속이기도 했다.

전산담당은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입력된 정보와 텔레마케터와의 통화 내용 등을 토대로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빼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13명 중 11명이 여성이고, 나이대로는 20대가 9명으로 가장 많아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피해를 당했다"며 "아직 붙잡지 못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과 관리책, 전산담당 등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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