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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병원 오지마"…제약 영업사원 '메르스 직격탄'

일부 개원의들, 여러 병원 다닌다고 출입금지령…"공기조차 같이 마시기 싫어한다"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5-07-03 06:00 송고 | 2015-07-03 11:11 최종수정
경기도 한 종합병원(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스1 © News1
경기도 한 종합병원(사진은 기사와 무관) /뉴스1 © News1
“안 그래도 마스크 쓰고 일하느라 힘든데 그만 와.”

얼마 전 한 개원의가 평소 거래상 알고 지내던 모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던진 '출입금지령'이다.
지난 5월 20일 메르스 첫 번째 환자의 확진 이후 사태가 확산되면서 최근 일부 내과와 이비인후과 개원의를 중심으로 업무 특성상 여러 병원을 다니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에 대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내비치고 있다. 혹시나 메르스 확진자 발생 혹은 경유 병원에 들렀다가 온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제약사 영업사원은 보통 한 명당 맡고 있는 거래처 병·의원이 4~5곳은 된다. 

특히 강동지역 병원에서 확진을 받은 환자가 여러 병·의원을 거쳐 전국민에 병원명이 공개된 사례 등은 원장들의 이러한 방어적 행보를 더욱 부추긴다.

한 국내 중견제약사 영업사원은 “거래처 의원에서 내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던 다른 병원도 담당하는 것을 알고 앞으로 오지 말라고 하더라"며 “그것도 직접 대면이 아닌 진료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 채 꺼낸 말”이라고 말했다.

이 영업사원이 소속된 제약사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6월 초중순에도 오히려 영업사원들에 대한 업무 강도를 더욱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의원 내 환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게 눈으로도 보이는 상황이어서 매출 감소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다른 제약사 영업사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영업사원은 “거래처 의원에서 이제 오지 말라는 전화가 왔다”며 “공기조차 같이 마시지 않으려고 하는데 회사에는 얘기도 못 하고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라고 현 분위기를 설파했다.

이에 한국제약협회도 우려를 내비쳤다. 일단 환자들의 내방 감소에 따른 피해가 크고 제약사들의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렵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에 녹아있는 모습이다.

제약협회는 지난달 말 이사장단회의를 열고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메르스로 인한 업계 매출 피해액이 6월 한 달 동안 2500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모 상위제약사의 경우 올해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200~300억원 정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출 감소는 물론 공급된 의약품에 대한 수금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회는 구체적인 피해규모 조사 착수에 들어갔다. 결과가 나오면 정부의 장기저리융자 등 요청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2010년 말부터 리베이트 쌍벌제(리베이트 제공자·수수자 양벌)가 시행되자 개원의들 중심으로 제약사 영업사원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름의 감성마케팅을 추진하며 생존법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는 감성마케팅조차 통하지 않는 수준이어서 최근 영업사원들의 고민이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이참에 아예 영업사원과 직접 연락을 끊으려는 개원의들도 속속 보인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그 동안 어떤 풍파가 와도 끄떡없던 산업이 제약업계였다.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감염병 확산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산업이 돼가고 있다. 현재로선 무조건 메르스 진정세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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