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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배째라'에 배째버린 채권단…디폴트는 이제 시작일뿐

그리스, 막판 3차 구제금융 요청…채권단 냉담한 거절
IMF 부채 약 15억유로는 "체납"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5-07-01 16:02 송고
그리스 아테네를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설치된 대형 그리스 국기 © AFP=News1
그리스 아테네를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설치된 대형 그리스 국기 © AFP=News1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들이 30일(현지시간) 자정을 기해 종료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해 달라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막판 요청을 거절했다.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금융시스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지원을 뿌리친 것이다.
그리스는 또 이날 만기가 돌아온 국제통화기금(IMF)의 부채 약 15억유로는 상환하지 못했다. IMF 측은 자정을 넘긴 뒤 그리스가 채무를 갚지 못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따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사회에 그리스가 "체납했다(in arrears)"고 통보할 예정이다.

◇유로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 요청 거절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급하게 마련된 전화회의에서 치프라스 총리의 예상치 못한 3차 구제금융 요청을 냉담하게 거절했다. 그리스는 5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인 유로안정화기구(ESM)에 제출한 문서에서 291억유로 지원을 요청했다.

일부 유럽 관리들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며 손사래를 쳤고, 일부는 7월 5일 채권단 개혁안을 놓고 진행되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치프라스 총리가 그리스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이날 늦게 몇몇 그리스 정부 관리들은 유로존과 IMF에서 좀더 나은 제안을 내놓는다면 치프라스 총리와 장관들이 국민투표에서 찬성 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심지어 국민투표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알렉스 스텁 핀란드 재무장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 새로운 구제금융 요청은 "일반적 절차"를 통해 다뤄질 것이라며 서둘러 이를 논의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독일 정치인들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국민투표 이후에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CB는 1일 회의를 연다. 그리스 내에서는 ECB 집행위원회가 긴급유동성지원(ELA)에 필요한 담보 규모를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경우에 그리스 금융기관 중에서는 쓰러지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

아테네 시민들이 그리스 소식을 전하는 신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 AFP=News1
아테네 시민들이 그리스 소식을 전하는 신문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 AFP=News1

새로운 구제금융에 대한 그리스 정부의 요청은 ECB 위원회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한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FT는 진단했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없고 진행중인 협상이 없다면, ECB는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치프라스 총리의 새로운 제안에 담긴 액수는 그리스 정부가 2017년까지 상환해야 하는 부채 규모와 거의 일치한다. 이 제안서에는 부채 재조정 요청도 담겨 있다.

◇"IMF 체납, 신용사건 해당안돼"

이날 그리스 정부는 재무장관들에게 다른 개혁안도 제출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은 1일 오전 열려 이를 논의한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끝났긴 했지만 새로운 구제금융이 시작되도록 하기 위해선 양 측은 새로운 경제 개혁안에 합의해야 한다.

유럽연합(EU) 관리들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새로운 구제금융 안이 필요로 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말해왔다. 하지만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다음에 3차를 다룰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자신은 막판 제안서로 "모욕을 당했다"고 말했으며, 다른 이들은 2차 프로그램 종료에 필수적인 경제 개혁 수용을 치프라스 총리가 반복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프로그램은 합의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고 FT는 전했다.

익명의 한 그리스 관리는 막판 제안서는 합의를 마련하고 은행 영업을 재개하기 위한 절박한 필요에 의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는 이번주 부과된 자본 통제가 금융 붕괴(멜트다운)를 예방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날 재무부는 850개 지점이 이날 문을 열지만 연금수급자만 상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현금인출기(ATM) 일일 상한은 120유로로 일반인들의 2배 규모다.

유로존 정상들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는 어떤 식이로든 부채 탕감은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채무재조정은 후속 프로그램 논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반긴축 시위대 © AFP=News1
그리스 반긴축 시위대 © AFP=News1

30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IMF 디폴트(채무불이행)은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위치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신용평가사와 유로존 국가들도 그리스의 이번 체납이 다른 디폴트를 촉발시키는 "신용사건(credit event)"으로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사건'에 해당하면 그리스는 국가부도사태를 맞게 된다.

한편 이날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치프라스 총리를 설득시키기 위해 지난 28일 채권단이 내놓은 개혁안을 수용할 것을 요청했다.

융커 의장은 치프라스 총리가 개혁안을 수용하고 5일 국민투표에서 국민들에게 찬성을 찍도록 독려한다면 부채 탕감에 나설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부채 삭감 제안은 2012년 11월 그리스와 채권단 간 합의 사항과 유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이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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