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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야설] '콘크리트 지지층' 가진 박근혜·문재인의 특권

"朴 대통령 등 정치인 '강공' 뒤엔 '대중적 지지도' 원천" 분석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2015-07-01 07:00 송고 | 2015-07-01 08:44 최종수정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015.6.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2015.6.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여름철에 접어든 '6월 정치권'에 서리가 내리고 있다. 좀처럼 '품위'를 잃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거부권 정국'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을 향해 한(恨)서린 표정으로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고 날선 비난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배신자 프레임'으로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자, 새누리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일제히 동조하며 '유승민 찍어내기'의 선봉에 섰다. 박 대통령은 나아가 "(선거에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까지 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사실상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배신자에 대한 심판'을 우회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읽혀진다. 실제 유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엔 "은혜를 모르는 유승민! 즉각 사퇴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고 한다.

여권에서조차 "과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끝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청와대에선 지난 29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공이 당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새누리당과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면 돌파를 고집하는 박 대통령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달받고 "휴전선은요?"라고 물었던 대단한 '강심장'을 갖고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의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율'이 그 배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4개월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악재 속에서도 30%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취임 초기 50~60%대를 넘나 들었던 고공 지지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새누리당 및 보수성향 세력으로 구성된 '콘크리트 지지층'은 위기의 순간에 놀라운 결집력으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최근 메르스 사태도 박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위기였다. 메르스 발생 초기 병원정보 미공개 등 정부의 부실 및 늑장 대처가 사태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도 박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자신의 거부권 행사로 여의도 정가에 한바탕 태풍이 몰아칠 것을 예상했으면서도 정쟁의 한복판에 기꺼이 뛰어든 배경에는 '콘크리트 지지층'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반등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의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인 지난 25~26일 이틀간 29.9%(24일)에서 37.4%로 7.5%P 급상승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최근 뉴스1과 만나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국정운영에 있어 최고의 동력"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새누리당 의원들로선 박 대통령의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높은 영남이나 충청권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짚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박 대통령의 '선거 심판' 발언은 확고한 지지율과 대중 동원력을 갖고 있는 자신을 거스르는 사람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낙선시키겠다는 사실상의 경고"라고 분석했다.

대중적 지지도를 근간으로 한 영향력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지지율은 각종 정치적 행위에 있어 정당성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사퇴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버티는 데엔 자신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강력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자존심과 당내 비박(비박근혜)계의 후방지원도 또 다른 버팀목이긴 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27일~2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8.5%였다. 반면 '공감한다'는 대답은 32.9%에 그쳤다. 유 원내대표는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여권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에서 전달보다 2계단 오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최근 당내 비노(비노무현)계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당 혁신을 앞세워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강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친노(친무현)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문 대표가 취임을 한 이후 당 지지율이 10%대에서 30% 안팎까지 올랐지 않느냐"며 "그러면 문 대표가 당 대표로서 당직 인선에 있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치가 생물이듯 정치인의 지지율도 변화무쌍하기 마련이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지지율도 한 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역대 대통령들만 해도 대부분 취임초 70~80% 대의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임기 말에는 20%대로 내려앉았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반 8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임기 말엔 IMF 사태 등을 초래하며 10% 미만으로 추락한 바 있다.

또한 지지율에 얽매이다 보면 그 정치인의 생각과 폭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어렵고 힘든 반대자들을 설득하는 데 힘쓰기 보단 손쉽게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지층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유혹에 빠지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로 흐를 가능성도 높다. 이는 지지율이 정치인에게 약이기도 하지만 독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중적 지지도에 대한 정치인의 지나친 자신감은 국민의 눈높이를 벗어나 오만과 독선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과연 박 대통령을 비롯한 지금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눈높이를 잘 맞추고 있는걸까. 그 결과는 아마도 20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gayun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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