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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 사상·바닷물로 막는 가뭄…진짜 대책은 따로

구체적 대책 없이 '사상전'으로 돌파 독려…"하늘 탓 말라"
'100년 만의 가뭄' 속 곡물 생산은 증대…교훈점 찾아야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7-01 07:00 송고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다. 차로 달리면 3시간 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그렇지만 남한 사람들 중 "평양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남북 간 정보의 단절은 분단 70년 동안 전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북한 김씨 일가 통치에 숨겨진 방정식 까지 그간 쉽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북한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돋보기가 됐으면 한다.
북한 '노동당출판사'가 제작한 '가뭄과의 투쟁'을 독려하는 선전화 포스터.(노동신문) © News1
북한 '노동당출판사'가 제작한 '가뭄과의 투쟁'을 독려하는 선전화 포스터.(노동신문) © News1

북한 지역의 가뭄이 극심하다고 합니다. '100년 만의 왕가물(가뭄)'이 무려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고 하니 '100년 만'이라는 표현의 사실 여부를 떠나 심각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은 가뭄과 수해 등 여름철 자연재해에 대해 큰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30만명이 사망했다는 '고난의 행군' 역시 잇따른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이미 한달 여 전부터 현재의 가뭄상황과 이로 인한 피해우려를 전하고 있습니다.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일주일에 3~4번은 지면을 할애해 가뭄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당장 외부세계에 손을 벌려야 할 만큼 아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닌 듯 합니다. 우리 정부와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가뭄 상황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혔음에도 아직 북한의 응답은 없습니다.
북한이 가뭄에 대처하는 방식은 먼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바닷물까지 거침없이 논에 대는 정도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17일자 보도에서 바닷물이 역류한 대동강물에 모를 적응시켜 모내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를 "결사의 각오를 안고 혁신적 안목으로 방도를 찾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제 아무리 모를 적응시켰다 한들 바닷물은 바닷물입니다. 결국 비가 내려 논에 고인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농사의 실패, 혹은 수확량의 급감이 예상됩니다.

정부는 북한의 가뭄 현상이 7월 초까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올해 식량 생산량이 결국 지난해 대비 8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북한은 '철저한 사상전'을 통해 가뭄 피해를 극복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자 노동신문은 "지금은 하늘만 쳐다볼 때가 아니다"고 가뭄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에 힘을 모으자고 주민들을 독려했습니다.

"닭알에도 사상을 재우면(넣으면) 바위를 깰 수 있다는 당의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전, 선전선동전의 된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면서 "하늘을 탓하면서 우물쭈물 뒷자리나 차지해가지고는 제1선참호의 전투원이라 할 수 없다"라고 주장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당국의 무능력과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북한의 올해 가뭄 문제는 특히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입장에서는 골치 아플 수 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노동당 창건 70년을 맞아 다가오는 10월10일을 '10월의 대축전장'으로 명명하고 모든 정치 일정을 10월에 맞추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선 이 큰 '축제'에서 주민들에게 제공할 먹거리가 없다는 것이 뼈아플 것입니다.

또 김정은 집권 후 유독 강조해오고 있는 농·수산 부분의 먹거리 확대와 생산량 증대에도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올해 최고지도자의 신년사의 주요 내용이 관철되지 못할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북한은 2013년을 기점으로 곡물 생산량의 확연한 증대를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995년 이후 가장 많은 530여톤의 곡물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곡물 생산량 증대가 2013년 도입된 '포전(圃田)담당제'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포전담당제'는 3~5명의 가족 단위로 각기 논밭을 일군 뒤 이 중 정해진 일부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그대로 가질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이는 많게는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인원이 농사를 짓어 대부분을 국가에 낸 뒤 다시 배급을 받는 과거의 '협동농장' 방식에 비해 시장경제적인 요소가 도입된 방식입니다.

개인에게 돌아오는 양이 개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훨씬 더 분명하고 가시적이다보니 가뭄에도 불구하고 절로 곡물 생산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북한의 가뭄 극복, 곡물 생산량의 증대의 방법이 결코 '사상전'에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없는 물을 만들어낼 것을 요구하거나 개인의 사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지고 개선되는 국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것이 지금 북한에게 요구되는 진정한 가뭄 대처법일지도 모릅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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