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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법관제 '순혈주의' 여전…'후관예우' 우려도

경력법관 임용 과정에 비판 잇달아…"절차 투명성 높여야"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성도현 기자 | 2015-06-30 09:35 송고
© News1 2015.02.03/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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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 37명이 다음달 1일 경력법관으로 정식 임용된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 시작되는 법조일원화의 일환으로 주목받았던 경력법관제도가 사전 준비 부족과 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삐걱거리고 있다.

올해부터는 검사·변호사 등 법조 경력이 최소 3년을 넘으면 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다. 이후 경력 기간이 단계적으로 늘어나 최종 10년 이상 법조 경력이 있는 사람만 경력법관에 지원할 수 있다.

◇ 경력법관제, 법관 순혈주의 연장선인가

30일 대법원에 따르면 1일 임용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37명 중 27명(73%)이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이다.
로클럭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 법원에서 1년 동안 법관을 전문적으로 보조하도록 하는 일종의 계약직 공무원이다. 한 차례 임기연장이 가능해 최대 2년 동안 일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법조인이 아닌 법원 내부에서 재판 업무만을 보조하던 로클럭들로 그대로 경력법관 자리를 채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대법원이 당초 사법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판사와 검사, 변호사의 벽을 허문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조일원화의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여전히 법관 순혈주의를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법관을 희망하는 로스쿨생은 재판연구원 선호 경향이 뚜렷하다"며 "법관 희망자가 재판연구원을 지원해 선발되고 그 결과 법관 임용 지원자 중 재판연구원 출신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A(30)씨는 "여러 사회 경험을 살려 법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현실과 법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경력법관 제도의 취지에 맞게 공정한 평가방식으로 선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로펌 출신 변호사 법관 임용…'후관예우' 논란도

이번 경력법관 임용내정자에 포함된 박모(31·여) 변호사는 2013년 대구고법에서 재판연구원을 했다. 이후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과거 재판부 시절의 사건을 수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현행 변호사법은 공무원 재직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은 변호사가 된 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박 변호사의 임용 전 결격사유가 발견됐고 박 변호사도 해당 사실을 미리 밝히지 않았다"며 "대법원에서 임용 취소를 하지 않으면 박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 단체 등은 무엇보다 대형로펌에서 로클럭을 마친 변호사들을 대거 데려와 사전에 관리하는 '후관예우' 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로클럭 출신 변호사들이 경력법관으로 임용될 경우 재판과정에서 아무래도 해당 로펌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법원 차원에서도 이미 전부터 계속 단속했다"며 "이번 임용내정자들에게 법관에 준하는 윤리를 요구했고 문제가 있을시 내정 취소를 경고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법원은 현행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변호사로 일했던 경력법관의 경우 재직했거나 소속됐던 로펌 등에서 수임한 사건은 해당 법관이 속한 재판부에 배당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근거로 들고 있다.

서울의 한 판사는 "경력법관으로 임용시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나 후관예우가 있기 어려운 것으로 안다"며 "변호사 시절에는 서울변회 소속이었지만 법관 임용 후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임용심사 때 해당 변호사가 로펌에서 관여했던 사건들을 명확하게 밝혀서 부적절한 부분을 필터링해야 한다"며 "이 부분을 제대로 짚지 않으면 계속 논란이 일고 사법불신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베일'에 쌓인 절차…투명히 공개해 신뢰 높여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이 같은 논란에도 대법원이 경력법관 임용에 관한 절차를 공개하지 않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변협은 29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경력법관 선발과정에서 지원자의 수와 구체적인 심사 기준, 탈락 사유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공정성 논란 속에서도 선발 기준은 물론 임용 대상자 명단조차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은 로클럭을 마친 변호사를 다시 경력법관으로 임용하는 '회전문 인사'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경력법관 선발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해 법조일원화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변회도 "대법원의 불투명한 경력법관 선발과정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끊임없이 제기됐는데도 이런 방식을 유지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B 변호사는 "법원이 소송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며 "경력법관 임용 절차가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경우에 따라 비판이나 감시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 변호사는 "변호사시험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듯 대법원도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같은 비판이 이어지자 "임용절차의 진행시점과 심사 기준, 정보의 공개 범위 등 임용절차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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