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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서 접대 113회·천만원 차량할인…갑질한 '뇌물 공무원'

경찰청, 인증기관 독점 환경부 공무원 영장…업체 관계자 뇌물공여 입건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2015-06-30 06:00 송고 | 2015-06-30 08:08 최종수정
/뉴스1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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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량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인증을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공무원이 수년간 인증서 발급 명목으로 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공무원 1명이 독점적 업무를 해왔음에도 환경부의 자체 감사 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해외 수입 자동차의 배출가스, 소음 등에 대한 환경인증 과정에서 수입차 업체 관계자로부터 32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원 황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수입차 업체에서 일하며 황씨에게 7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이모(3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2009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이씨 등 수입차 업체 관계자 14명으로부터 '배출가스·소음 검사에서 합격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청탁 대가로 술과 음식, 현금 등 총 113회에 걸쳐 3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는 환경인증 검사에 사용된 차량은 시중 가격보다 싸게 살 수 있다 것을 알고 친형 명의로 한 수입 소형 SUV 차량을 구입하면서 이 차량을 인증검사에 사용하게 한 후, 1100만원 상당 할인한 가격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또 유흥업소에서 같은 날 각각 다른 업체 관계자로부터 2회에 걸쳐 향응을 제공받는 등 해당 업소에서 고정적인 접대를 받았다. 심지어 국내·외 출장 때 수입차 업체 관계자를 동행시키고 일정을 미리 알려줘 접대를 유도하기도 했다.

대기환경보전법,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를 국내에 출시하기 위해서는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에 합격해 환경인증을 받아야 한다.

환경인증을 신청하면 연구소는 15일 이내에 환경인증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자동차 제작 회사에 자체 시험시설이 있는 경우에는 자체 시험 결과를 참고로 해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황씨는 평소 친분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업체에게는 제출 범위를 넘은 과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인증서 발급을 지연시키거나 자료 미비를 이유로 금품 및 향응을 수수해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황씨의 만행으로 피해를 본 것은 유럽 자동차 수입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환경인증 지연이 잇따르자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원사인 수입자동차 업체들은 민원을 제기했고, 주한유럽대표부가 이를 환경부에 전달하면서 황씨의 갑질은 알려지게 됐다.

경찰은 수입 자동차의 환경인증 검사 권한이 교통환경연구소에 독점되고 해당 분야 전문가 부족으로 황씨가 장기간 같은 부서에서 근무해 업체 관계자들의 로비가 관행처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씨는 밑에 계약직 연구원을 두고 있었지만 지난 2007년부터 해당 업무를 사실상 혼자서 도맡아 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는 앞으로도 환경인증을 계속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을'의 입장에서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한 수입업체는 지난 1월 신형트럭 300여대(약 600억원 상당)에 대한 사전 주문예약을 받아 수입하려다 환경인증이 한 달 반에 걸쳐 이뤄져 소비자들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향후 불이익을 우려 관련 사실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환경부 내 감사 기능에서 확인했더라면 징계 여부를 떠나 해당 공무원의 행태가 줄어들었을 텐데, 환경부의 감사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환경부에 내부 감사 강화, 환경인증 절차 개선방안 마련 등을 통보할 계획이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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