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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빌라도 보고서'…그가 흘린 피에 내 잘못은 없나?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6-02 08:21 송고
연극 '빌라도 보고서' 공연포스터 ©극단 로뎀 구본희·이현수
연극 '빌라도 보고서' 공연포스터 ©극단 로뎀 구본희·이현수


예수를 처형했던 로마총독의 내면을 다룬 연극 '빌라도 보고서'가 오는 14일까지 서울 명동 창고극장 무대에 오른다.

터키의 성소피아 성당에 보관돼 있다는 ‘빌라도 보고서’ 내용의 전부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를 처형했던 폰티우스 필라투스의 본명이다. 이 연극은 빌라도가 로마제국의 예루살렘 지역을 관할하는 총독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자신이 겪은 일들을 로마의 황제 ‘디베료 가이사’에게 보고하는 일종의 공문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예수는 성경에 나온 것처럼 모든 병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살려낸 인물로 나오는 한편, 저주의 능력도 있는 자로 묘사된다. 열매를 맺지 못한 나무를 저주하자 나무가 뿌리까지 시들어 죽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그가 타인을 해치는 목적으로 능력을 사용한 적은 없다고 기록한다. 또한 사형집행 후, 무덤에서 시신이 사라지고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문이 퍼져가는 과정을 다룬다.

또 한편으로 예수를 죽인 인물인 빌라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빌라도는 예수의 처형이 이뤄지기 직전 물로 손을 씻으며 자신은 이 처형에 죄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예수가 사실은 죄가 없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실제로 일부 기독교 연구가들은 그가 유대인들의 복잡한 당파 싸움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사형을 집행한 것이며, 몇몇 초기 교부들은 그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이런 ‘빌라도 보고서’가 존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빌라도가 당시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에게 예수 처형을 둘러싼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널리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관객들은 보고서를 받은 로마 황제의 입장에서 빌라도의 고백이 양심의 목소리인지, 비겁한 변명인지 판단할 기회를 갖는다.

예술감독 주호성, 연출 신유청, 출연 박민관, 홍보 정희찬, 장유진 무대 조민주, 의상 도연, 조명 김중호, 음악 남기오, 영상 윤민철, 디자인 구본희, 사진 이현수가 참여했다.

한편 공연장인 삼일로 창고극장은 경영난으로 내년 폐관을 앞둔 상태다. 이 극장은 1970년대 중반 소극장 운동을 이끌며 국내 최초 민간극장으로 자리매김했던 곳이다.

가격 2만5000원. 문의 (02)765-8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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