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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 갈등 불 지핀 임금피크제…핵심 쟁점은 무엇?

정부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 가능"
노동계 "명퇴·해고 등 사용자 측 악용 가능성…청년고용 보장도 미지수"

(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2015-05-29 08:28 송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예정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장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구호를 외치는 등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예정된 임금체계 개편과 취업규칙 변경 공청회장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구호를 외치는 등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가 내년 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노조의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노정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정 나이에 이른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노조 동의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가이드라인' 초안을 28일 공청회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노동계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양대 노총은 정부의 공청회 개최와 가이드라인 시도를 두고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강행 명분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노사 자율로 협의해야 할 사안에 대해 정부가 지침을 만드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선 데는 당장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여 청년실업이 더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 근로자의 정년만 늘고 현 임금시스템이 유지되면 신규 고용 위축, 생산성 저하 등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임금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하고 그 첫 단계가 임금피크제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우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노사 간 지켜야 할 규율을 담은 '취업규칙'을 바꾸는 게 순서다. 현행법에서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지원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정년연장으로 사실상 고용기간 연장이라는 이익을 얻은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정년시점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감액이 보편적 수준이라면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취업규칙 변경으로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의 취업규칙 변경 필요성,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 상황, 노조와 교섭 노력 등을 고려해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고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으로 정년보장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기업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절약된 재원이 청년 고용에 쓴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60세 정년연장을 해도 실제 은퇴연령이 대부분 50세 안팎에 퇴직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현실에서 임금피크제마저 도입하면 임금삭감의 고통만 따를 뿐"이라며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고 노년의 빈곤만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사용자가 이를 근거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면 통상임금 소송처럼 노사 간 법적 분쟁만 커질 우려가 있어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주섭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임금피크제는 연공급체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커지면서 마땅한 대안이 없어 꺼낸 정책이라고 본다"며 "임금피크제가 과연 만능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의미로 노사정이 함께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jep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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