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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절반 ' 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 글로벌 영화제 도약 멈추나

영진위 지원금 지난해 45% 삭감 예산 부족 우려
'다이빙 벨'로 시작된 갈등...아시아 최고 영화제 위상 우려

(서울=뉴스1) 이후민 기자, 윤수희 기자, 한솔 인턴기자 | 2015-05-27 20:15 송고 | 2015-05-27 23:18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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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20주년을 맞는 올해 최대 위기에 부딪혔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영화제 개막을 5개월여 앞두고 지원금  예산액을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삭감하겠다고 하면서 정상적 진행에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화제 측과 영진위 측의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로 20주년,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꼽히며 세계적 영화제로의 도약을 꿈꾸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어쩌다 이런 위기에 몰렸을까. 

◇ 예산은 깎이고 갈등은 깊어지고 

27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설훈 위원장과 도종환, 배재정, 정진후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들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사무국을 찾아가 영진위 사무국 및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의원들은 지난달 말 영화 진흥위원회 심사로 결정된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예산 삭감 심사가 불합리하게 이뤄진데 대해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이용관 부산국제 영화제 집행 위원장에게 예산 삭감 이후 부산영화제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인가를 점검했다. 이날 영진위 및 영화제 측과의 간담회에서 의원들은 "부산 영화제를 영화제 자체로 발전 육성해야지 좌우 이념적인 문제로 보면 안된다"며 "세계 4대 영화제 도약을 앞둔 영화제의 지원"을 촉구했다.

전날인 26일에는 부산 지역 진보· 보수 단체를 아우르는 200여개 문화예술단체와 시민단체 등 문화예술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대책위원회(BIFF 범시민대책위)'를 발족해 영화제 지키기에 나섰다.
대책위는 다음달 초 영진위를 항의 방문하고 서병수 부산 시장등을 만나 삭감된 영화제 지원금 예산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고 시민 서명운동과 모금 운동, 대토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6일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시민단체들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 News1
26일 부산지역 문화예술계, 시민단체들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 News1


갈등은 재정적인 문제 뿐만 아니다.영화제 지원금 삭감 발표가 난 뒤 이달 제68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린 프랑스 칸 현지에서는 지원 예산 삭감 발표 후 영진위와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갈등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예년같으면 함께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진행하며 한국 영화와 영화제 홍보를 같이 했겠지만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비프(BIFF) 런천 앳 칸' 행사와, 영진위 측의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따로 열었다.

보통 칸 현지에서 중소 수입, 배급사와 영화제 관계자가 영화 마켓에 마련된 영진위 부스에서 미팅 을 하던 것과 달리 영진위 부스를 향한 영화인들의 발길도 뜸했다.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사무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 긴급 간담회’.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사무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 긴급 간담회’.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절반 가까이 깎인 영화제 지원금…다른 영화제들은 늘어났는데

영진위는 지난달 30일 '2015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를 공지하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을  지난해 14억6000만원에 비해 45%, 6억6000만원 가량 줄어든 8억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영진위는 2013~2014년도 국제영화제 평가결과를 지원금 책정의 주요 판단 근거로 삼았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미 글로벌 국제영화제로서의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심사 총평을 밝혔다.

거의 절반가량 예산이 잘려나간 부산국제영화제와는 달리 전주국제영화제(7억원), 제천국제음악영화제(3억5000만원),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6억원) 등 다른 영화제 지원금은 상향됐다.

영화계는 심사 과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즉각 반발했다. 실제로 국제 영화제 평가 결과에서 부산 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들보다 가장 높은 평가 점수를 받았으며, 통상적으로 지원금 삭감이 있을 경우 영화제 측과 사전 협의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지원금 4000만원을  삭감할 당시 사전에 지원 비율에 대한 공지가 있었지만 6억을 넘게 줄인 이번에는 아무런 사전통보가 없었다.

게다가 최종 결정과정 역시 야간 심사, 전화 심사, 서면 의결 및 비공개 회의로 진행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영화제 측은 12일 영진위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고, 영진위가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심사 회의록에서도 별다른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타 영화제에 양보해야 한다", "경험치에 근거해 제안하는 것"등의 모호한 이유로 삭감이 논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야당 국회의원들과 영화제 및 영진위측은 간담회에서 불합리한 심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지만 영진위측은 "재심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영화계 인사들은 "비상식적인 예산삭감의 속내에는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뉴스1 © News1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뉴스1 © News1


◇갈등의 근원은 '다이빙 벨'

지난해 영화제 당시 세월호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으나 논란 끝에 결국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을 강행했다.

영화제는 겉으로는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냈지만 이후 만만치 않은 댓가를 치러야 했다. 부산시는 영화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9개 지적사항이 담긴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표했다.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사퇴 압박을 가했고, 감사원도 지난 2월말부터 최근까지 감사를 벌여왔다. 영화인들은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며 부산영화제에 대한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반면 영진위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다"며 "다이빙벨 상영논란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부산시간의 갈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주년 축제 분위기여야 할 때… 글로벌 영화제 도약 멈추나

1996년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20주년에 걸맞게 아시아 최대 영화제에서 세계적인 영화제로 도약하기 위한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해 온 상태였다. 영화제의 지난해 총 예산은 약 120억원 규모로 절반은 부산시 지원이다. 부산시와의 갈등 이후 이는 매달 분할 지원받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나머지는 영진위 지원금, 스폰서 협찬, 티켓 판매 수익금 등으로 예산을 마련해 왔다.

이미 빠듯한 살림으로 꾸려왔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잔치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게 됐다

세계 4대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칸 영화제나 독일 베를린영화제 등은 국가에서 영화제를 더 키우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확대 하고 있다. 중국은 북경영화제에 연 예산 900억 원을 투자해 부산국제영화제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팬들이 국내외적으로 위기에 몰린 부산영화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제측 "상영 작품 수를 줄이지는 않겠다"

부산 영화제 측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부산시와 긴밀하게 의논하는 중이다"며 "담당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화할 계획이다. 부산시와의 협조를 통해 문체부, 정부에 이야기해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을 줄이는 건 나중 문제다. 포기하지 않고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다른 예산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작품 수를 줄일 생각은 없다"며 "작품 초청은 이미 반 이상 진행됐고 (작품 수를 줄이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영화제를 사랑하는 영화팬들을 실망하게 할 수 없다.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시민 모금 등 BIFF 범시민대책위원회의 계획에 대해서는 "부산 시민들에게 손 벌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추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예산을 줄여서라도 진행할 것이다. 시민과 관객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hm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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