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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짜리 수입차가 업무용?…1조 세금 '줄줄' 샌다

대부분 '법인명의' 등록해 리스비용 손비처리…올해 탈세규모만 1.3조 전망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2015-05-28 18:59 송고 | 2015-05-29 12:01 최종수정
1대당 5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뉴스1 DB) © News1
1대당 5억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뉴스1 DB) © News1
1대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수입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세금이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차를 법인차량으로 등록해놓고 매달 리스비용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탈세'를 하는데, 지금 판매추세라면 연간 수입차 탈세규모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9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등록된 수입차량은 7만71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가량 증가했다.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16.5%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특히 4000cc 이상 초대형차는 전년 동기 대비 26.9% 성장한 2337대를 기록하며 전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초대형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 가량 떨어졌다. 이에 따라 초대형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78.8%보다 4.7% 포인트 오른 83.5%까지 확대됐다. 

대형 수입차가 많이 팔리면서 법인명의로 등록된 수입차 대수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 4월까지 신규등록된 법인명의 수입차는 총 3만219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가량 늘었다.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같은 기간 40.5%보다 1.2% 포인트 늘어난 41.7%를 기록했다. 이는 법인명의 수입차를 이용한 탈세규모가 7000억원에 달했던 2012년과 동일한 점유율이다.

이처럼 법인명의로 등록되는 수입차 비중이 커지는 까닭은 '일석이조'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다. 즉, '리스'로 차량을 구입한 법인들은 매월 지출하는 '리스비'를 업무비 즉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영업비용이 늘면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법인세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리스는 부채로도 잡히지 않아, 법인들은 세금부담을 덜기 위한 방편으로 '리스'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탈세를 위한 방법으로 '리스'를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연소득 1억원의 개인사업자는 종합소득세 2010만원과 주민세 350만원 등 총 236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연간 3000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리스차량을 법인명의로 등록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사업자는 소득이 7000만원으로 떨어지면서 소득세가 1158만원으로, 주민세가 168만원으로 각각 줄게 된다. 이에 따라 연간 납입하는 세금은 1326만원으로, 리스차량을 이용하기전보다 1034만원이나 줄게 된다. 연간 3000만원 가량의 리스비용이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 최고급 세단을 이용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오너들이나 고위 임원들이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고가의 수입차를 개인용이 아닌 법인 업무용 차량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적지않다. 8억원을 호가하는 '롤스로이스'나 스포츠카 '포르쉐', '람보르기니'같은 차량이 버젓이 법인의 업무용으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2011년 5월 오리온 그룹의 담철곤 회장 일가와 고위 임원이 8억원대 '포르쉐 카레라 GT', 3억원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을 회삿돈으로 리스해 개인용도로 타고다닌 사실이 검찰 조사결과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2015.05.28/뉴스1 © News1
2015.05.28/뉴스1 © News1


올해 초고가 수입차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을 기록 중이다. 1대에 5~8억원에 호가하는 롤스로이스는 올들어 4월까지 23개가 등록되며 전년 동기 대비 76.9%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 중 90% 이상이 법인명의다. 영국왕실 차량으로 유명한 벤틀리도 올해 162대나 등록됐는데, 80% 이상이 법인명의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1대에 2억원이 넘는 재규어의 XJ, BMW의 7시리즈, 아우디 A8 등도 등록차량의 70~80%가 법인명의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 상위권을 살펴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와 'S클래스', BMW 5시리즈 등 1억원 내외의 차량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및 전문가들은 수억원대의 고급 수입차를 이용한 탈세를 막기 위해 '리스비용 손비처리 상한제' 등을 포함한 법인세 및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스비용의 85%만 업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 차값이 1만8500달러(약 2020만원)를 넘는 경우 세금 공제혜택을 실질적으로 차등 적용한다. 영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30g/km 이하의 친환경차를 제외한 리스차량에 대해 일괄적으로 리스비의 85%만 세금공제를 해준다. 세금공제 대상도 100% 업무용 차량으로만 제한을 둬, 대부분의 리스차량이 세금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300만엔(약 2710만원)까지만 법인차에 대한 리스 손비처리를 인정해준다.

업계에 따르면 법인명의 수입차가 5만4588대에 달했던 2012년 리스 손비처리 비용으로 증발한 세금이 약 7000억원이다. 법인명의 수입차 등록이 7만8999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에는 1조원 이상이 새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법인차량 등록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1조3000억원 이상의 세금이 법인명의 수입차를 통해 사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국세청, 기획재정부 등 세제당국은 여전히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업무용 차량에 대한 기준이나 월 주행거리, 제한 대상 차량 가격 등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차량 가격이나 배기량 등을 리스비용 손비처리에 대한 기준으로 삼을 경우 미국, 유럽연합(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등 통상마찰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년 법인차를 이용한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다른 규정들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 실제로 시행하기 쉽지 않다"며 "국회에도 이미 수차례 관련 법안이 올라갔지만, 결국 통과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단순히 세금만의 문제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힘들다"고 말했다.


rje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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