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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습지 '숨은물뱅듸' 아시나요?

21번째 람사르습지 등록…숨겨져 있어 신비롭고 생물 보존도 더 뛰어나

(제주=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5-24 10:18 송고 | 2015-05-24 10:22 최종수정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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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쌓여있는 곳은 신비롭기 마련이다. 길가에서 숲속으로 1시간 정도 걸어 도착한 '숨은물뱅듸'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이하게도 고산지대에 형성돼 생물다양성이 뛰어나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효과로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순기능까지 갖춘 숨은물뱅듸가 지난 21일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국내 21번째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숨은물뱅듸를 찾아가봤다.

    

숨은물뱅듸는 숨어있는 물이 있는 넓은 벌판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지난 2009년 습지로 등록된 해발 1100m에 위치한 1100고지 습지와 직선거리로 1.2km 떨어져 있지만 걸어 들어가면 40분 가량 걸린다. 길이 나 있지 않아 한걸음 떼기가 힘든데다가 둘러 가야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숨은물뱅듸를 찾아낸 이들은 제주도 현지인들이다. 오홍식 제주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는 "2010년 제주도 사람들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 있다며 자문을 구했다"며 "전문가 실사를 거쳐 2012년 1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고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라고 말했다.

    

람사르습지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전하고자 1972년 2월2일 체결한 람사르협약에 의해 심사를 거쳐 지정하게 된다. 국내에는 2014년 7월 인천송도갯벌 이후 10개월만에 숨은물뱅듸가 람사르습지로 추가 지정됐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의 특성상 대부분의 습지는 지면 가까이 형성된다. 하지만 숨은물뱅듸는 해발 980m에 형성된 고산습지다. 오 교수는 "주위를 삼형재셋오름, 노로오름, 살핀오름 등 5개의 소형화산체가 둘러싸면서 완만한 지형이 형성돼 물이 고일 수 있었다"며 "주변의 오름 생태계와 숨은물뱅듸가 연계돼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어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숨은물뱅듸에는 490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자주땅귀개·벌매·새호리기·긴꼬리딱새·왕은점표범나비를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두견, 법적보호종인 벙어리뻐꾸기, 큰오색딱다구리, 검은딱새 등이 서식한다.  생존의 필수조건인 물이 있고 먹이가 되는 식물이 풍부하고 숲이 둘러싸 몸을 숨기기에도 그만인 숨은물뱅듸는 동물들의 번식 장소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습지 주변 식생은 삼나무 조림지와 낙엽활엽수림 천연림으로 구성돼 있다. 송관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원은 "습지를 기점으로 주변에 초지가 생기고 그 뒤로 작은 나무, 큰 나무, 숲 이렇게 점점 확대된다"며 "생물다양성 뿐만 아니라 생태다양성까지 잘 보존돼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이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슴은물뱅듸는 이탄층이 형성돼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기능까지 갖췄다. 이탄층은 낙엽이 쌓이고 썪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부패와 분해가 완전히 되지 않은 식물의 유해가 진흙과 함께 퇴적한 지층으로 이산화탄소를 머금고 있어 배출 저감 효과가 뛰어나다. 오 교수는 "습지라고 다 이탄층이 형성돼 있는 것이 아니다"며 "고산지대에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 낙엽이 천천히 썪고 그 위에 다시 낙엽이 쌓이면서 이탄층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숨은물뱅듸는 당분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숨은물뱅듸에 서식하는 생물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하고 식생의 변화상도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면 이제부터 숨은물뱅듸에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의 특징과 변화상을 지켜봐야 한다. 오 교수는 "숲의 순환과정을 '천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살펴보지 못했다"며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만큼 잘 보존하는 것은 물론 이곳이 가지는 생태학적 의미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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