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가톨릭국가 아일랜드, 동성결혼 인정…'사회적 혁명'

세계 최초 국민투표로 동성결혼 합법화

(더블린 로이터=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05-24 00:48 송고 | 2015-05-24 00:52 최종수정
동성 결혼 합법화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아일랜드 국민투표가 진행된 23일(현지시간) 거리로 나와 미리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동성 결혼 합법화를 찬성하는 주민들이 아일랜드 국민투표가 진행된 23일(현지시간) 거리로 나와 미리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로마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가 세계 최초로 국민투표로 동성 결혼을 인정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동성애를 차별했던 점을 고려하면 가히 사회적 혁명이라 불릴 만하다.
23일(현지시간) 아일랜드에서는 전날 실시된 동성 결혼의 합법화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의 개표작업이 진행됐다.

아직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개표 결과 찬성이 61%로 38%인 반대에 크게 앞서 있다. 아울러 앞선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찬성하는 응답자가 반대 응답자의 2배에 달했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동성 결혼 합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오단 오리오데인 아일랜드 양성평등부 장관은 이날 개표 개시 직후 "동성 결혼 합법화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며 "초기 개표 결과를 지켜본 결과 중도파 국민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국영방송인 RTE는 앞서 찬반이 접전 양상을 보인 지방과 달리 대도시의 경우 찬성자가 압도적으로 많아 최대 80%에 가까운 찬성률이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곳곳에서는 승리를 예감한 동성 커플과 동성애 단체 회원들이 길거리로 나와 축제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다수의 게이바들도 축하연을 준비로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교회를 믿는 영국과 달리 보수 성향의 로마 가톨릭 교도가 다수인 아일랜드는 20년 전만 해도 동성연애의 차별을 당연시 하던 국가였다.

지난 1993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17세 이상 남성 간 동성연애를 범죄로 인식하지 말하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분의 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앞선 1983년에는 대법원이 동성애가 우울증과 자살을 불러일으키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이런 아일랜드가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보여준 급격한 변화는 자국민은 물론 유럽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동성애 운동가인 데이비드 노리스는 "이번 사건은 아일랜드 국민들이 전 세계인들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알려주는 커다란 플래카드와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동성 결혼 합법화 물결에는 가톨릭교회가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섹스 스캔들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킨 점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그간 동성애가 죄라고 가르치며 아일랜드 사회적 기준을 제시해 온 가톨릭교회가 아동 성추문 등 도덕적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인 것이 반감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 등 타 유럽국가의 가톨릭교회와 달리 아일랜드 교회가 교인과 동성애 반대 진영을 대상으로 동성 결혼 반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은 점도 이번 결과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톨릭교회 등 기성 단체들은 대신 동성 커플이 결혼하는 행위가 합법화 될 수는 있지만 그들이 대리모에 대한 권리, 부모로서의 권리 등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대 여론을 전개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상당수는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면서도 동성 커플의 권리는 이미 지난 2009년 제정된 동성애 인정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으로는 동성 결혼 합법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일랜드 가톨릭 싱크탱크인 이오나협회의 존 머리는 "모든 사람이 이미 합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