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팥'빠진 빵이 빵이라더냐..우리가 몰랐던 팥의 진귀한 효능

[음식속숨은이야기]단백질 20%, 다이어트 효과에다 천연 스크럽
전설의 빵집 문전성시, 팥빙수 화려한 디저트로 변신하며 국산 팥 품귀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5-23 07:00 송고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이성당 팝업스토어 행사에 고객들이 야채빵과 단팥빵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있다. © News1
롯데백화점이 진행한 이성당 팝업스토어 행사에 고객들이 야채빵과 단팥빵을 맛보기 위해 줄을 서있다. © News1


최근 서울역 지하철 역사 안은 고소한 단팥빵 냄새가 가득하다. 2013년 '서울연인 단팥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팥빵을 대표 메뉴로 내건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팥빙수도 고급디저트로 변신하고 있다. 우유를 얼린 얼음에 국내산 팥을 가득 얹은 팥빙수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줄서서 먹는 디저트로 등극했다. 백화점은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각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팥빙수 업체를 백화점 내 입점시키면서 팥빙수 인기몰이에 힘을 더하고 있다.

    

단팥빵과 팥빙수의 달콤한 단맛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기지만 정작 팥은 다이어트 식품에 가깝다. 팥의 주성분은 탄수화물 68%, 단백질 20%로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볶은 팥으로 팥차를 만들어 자주 마시면 체중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팥은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변비예방, 붓기 제거,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곡류 중 비타민B1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어 백미밥을 주로 먹는 사람들이 비타민B1을 보충하는 데 특히 유익하다.

    

팥은 각질 제거 효과도 있다. 팥에 풍부한 사포닌이 미세한 거품을 일으켜 피부 노폐물을 씻어내는 작용을 한다. 조선시대 기녀들은 팥을 갈아 물에 섞거나 물을 묻힌 얼굴에 문질러 천연비누 겸 스트럽제로 애용하기도 했다.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농협유통 관계자들이 다가오는 동지를 맞아 국내산 팥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농협유통 관계자들이 다가오는 동지를 맞아 국내산 팥을 선보이고 있다. © News1 민경석 기자

팥의 역사는 동양의 역사가 세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세계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 일본, 우리나라 3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팥죽과 팥칼국수로 배고픔을 달랬다면 현대에는 별미, 영양식으로 팥이 재조명 받고 있다. 서양은 빵에 단팥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의 제과기술이 전파되면서 단팥빵, 호빵, 진빵, 붕어빵, 국화빵 등 팥빵들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막걸리로 발효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은 안흥찐빵은 담백한 맛과 쫄깃한 식감으로 유명한 강원도 횡성의 명물이다. 대구·경북 찐빵의 대표인 가창 찐빵은 다른 찐빵보다 크고, 팥소도 많이 든 것이 특징이다. 대구의 공산빵은 국산 팥소에 호박과 꿀, 감초를 첨가해 은은한 단맛이 난다.

    

경주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할 황남빵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엷은 껍질 속에 터질 듯 꽉 찬 팥 앙금의 고소한 맛이 인기 비결이다. 경주의 또 다른 먹을거리인 찰보리빵은 핫케이크처럼 쫄깃한 느낌에 소량의 팥 앙금이 있어 촉촉하고 담백하다. 청주 보리직지빵은 세계문화유산 직지를 모티브로 30년 전통의 맥아당에서 탄생했으며, 우리밀과 보리쌀, 호두, 팥소만 사용한다.


© News1
© News1

1934년 등장한 호두과자는 휴게소 대표 먹거리로 자리잡으면서 호두과자 전문점이 늘고 있다. 2003년 이후 코코호도, 호두사랑, 보리수, 호밀밭의 호두꾼, 천호당 등 10여개의 브랜드가 호두과자의 고급화를 선언하며 성업 중이다.

    

지역마다 오랜 전통의 골동 제과점들이 남아 있어 달달한 팥빵 등 특유의 대표메뉴와 함께 설레임의 추억을 선사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군산 '이성당'을 비롯해 대전 성심당, 안동 맘모스베이커리, 광주 궁전제과, 부산 B&C제과, 전주 풍년제과 등은 지역의 대표 제과점이다.

    

팥빙수는 고급디저트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하며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압구정 현대백화점의 밀탑은 팥빙수 마니아들 사이에 성지로 통할 정도다. 옛날 임금님께 진상할 얼음을 보관했다는 창고의 이름을 딴 서울 동부 이촌동의 동빙고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팥빙수 명소다. 서울 삼성동의 아티제 청담점은 '장인이 만든 빙수'(아티제 네쥬소르베)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강원도 영월의 팥을 그날그날 주인이 직접 쑤어 만드는 서울 풍납동의 2cafe(이카페)는 정성 가득한 착한 팥빙수로 소문났다.

    

지방에서도 국내산 팥을 이용하는 빙수가게는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으며 지역의 명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천안에는 뚜쥬루 과자점이 직접 끓인 팥, 매일 직접 만드는 고명 떡, 정수로 직접 제빙하는 얼음, 생과일만 사용하는 주인장의 느림에 대한 고집스러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전에는 여름 한정판 팥빙수로 유명한 올게니카 레스토랑이 지역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주 씨에로의 눈꽃팥빙수는 모양뿐 아니라 맛 또한 눈처럼 녹아내린다.


© News1
© News1

추억의 간식거리였던 단팥빵과 팥빙수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국내산 팥 공급이 딸릴 정도다. 서울 동부 이촌동에서 동빙고를 운영하고 있는 최윤희 사장은 "동빙고의 강점은 질좋은 국내산 팥을 고집하는 데 있는데 좋은 팥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2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팥의 국내산 자급률은 1990년 67.4%에서 2000년 35.1%로 반토막나더니 2010년에는 15%로 떨어졌다. 다른 작목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농가가 팥 재배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10a(아르)당 농가가 벌어들일 수 있는 매출액이 콩의 경우 83만3000원인 반면 팥은 36만5000원으로 콩의 44%에 불과하다. 2000년 20만5000농가가 팥을 재배했지만 2010년에는 8만3000농가로 1/3 수준으로 감소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팥은 국산이 좋다는 인식이 매우 높으므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는 품종개량과 재배기술연구가 필요한 때"라며 "대량 사용되는 산업용 팥은 수입을 하되, 지역별 특화상품, 고급화를 지향하는 단팥 제품은 국내산 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lej@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