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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소탐대실 될라…대부업 광고시간 규제 반대투쟁의 딜레마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15-05-04 06:30 송고
뉴스1 © News1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대부업 TV광고가 가능한 시간대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평일은 오전 7시~9시와 오후 1시~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제한된다. 넘쳐나는 대부업 광고를 줄이고 어린이·청소년이 대출에 대해 잘못된 가치관을 가지는 걸 막자는 취지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작된다.

대부업계는 곧바로 '전투' 채비에 나섰다. 지난달 30일 오전 한국대부금융협회는 광고의 방송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부업이 청소년의 경제관념을 해친다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광고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걸 방지하는 게 개정안의 입법 목적인데, 그 악영향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업계의 위헌 주장이 일리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자에게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에 광고 금지를 추진하려면 대부업 대출도 술·담배처럼 해악(害惡)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을 뚫어야 한다"며 "그러나 아직까진 부족해 섣부른 광고 제한은 위헌으로 나올 소지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부협회가 위헌법률심사청구 등을 진행하면 승리할 여지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부업계가 법리적인 대응에 매달리면 '재판'이라는 전투에선 이겨도 대중의 인식이라는 '전쟁'에선 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대부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좋다면 아이들이 로고송을 따라불러도 무슨 문제가 될까. 지금 대부업 광고 제한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은, 그동안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투영된 것이다.

대부협회가 법률심사청구를 통해 위헌 판결을 이끌어낸다 해도 그것이 곧 대부업 광고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광고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더 강해질 가능성이 많다. 지금 대부업의 문제는 광고가 아니라 고금리와 대출조장, 과도한 추심 등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이다. 대부업 광고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부정적' 대부업을 홍보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지금 대부업계는 광고 규제의 객관적 근거를 내놓으라고 따질 때가 아니다. 광고 수위를 스스로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고, 그간 제기됐던 고금리 등의 문제를 실제로 바꿔나가는 모습이 대중에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후에야 대부업의 '위헌' 주장은 비로소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이번 같은 일은 형태와 시기를 바꿔 반복될 뿐이다.

영화 '관상'에서 주인공 김내경(송강호 분)은 아들을 잃고난 후 마지막 장면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을 봐야 하는데 파도만 보고 말았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인데"라고 한탄한다.

대부업계가 눈 앞에 들이닥친 'TV광고 제한'이라는 파도를 피하려는데 급급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그 파도를 만든 바람이 불고 있는 곳에 '소비자금융'으로서의 길이 있는 게 아닐까. 바람은 지금 과연 어느 방향으로 불고 있을까.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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