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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속숨은이야기]양념이 날고 긴다한들 육수에 비할쏘냐

육수는 국·탕 없으면 안되는 밥문화의 정체성…우려낸 육수의 감칠맛 재조명

(세종=뉴스1) 이은지 기자 | 2015-05-02 08:00 송고

농협중앙회와 전국한우협회가 시민들에게 2013인분의 팔도 한우곰탕을 배식하고 있다. © News1
농협중앙회와 전국한우협회가 시민들에게 2013인분의 팔도 한우곰탕을 배식하고 있다. © News1


개그우먼 이국주는 밥을 먹을때도, 치킨을 먹을때도 '호로록호로록'을 외쳐대며 유행어로 만들었다. 국어사전에서 호로록은 적은 양의 액체나 국수 따위를 가볍고 빠르게 들이마실때 나는 소리로 정의돼 있어 의미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데도 어색하다고 느낀 국민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음식문화에 국물, 탕문화가 발달돼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국물, 탕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음식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육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맛을 이야기할 때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을 합쳐 오미라고 일컬어왔으나 20세기 초 감칠맛이 최초로 보고됐다는 기록이 있다. 모든 맛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그도 그럴것이 감칠맛은 맛으로서도 존재하지만 다른 맛과의 조화를 이뤄 요리의 맛을 높여주기 때문에 활용범위가 넓다. 육수는 고기 뿐만 아니라 멸치, 가다랑어 등 해산물, 닭, 오리 등 조류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우려내느냐에 따라 육수의 맛과 활용도는 다양하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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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가 국물요리에만 이용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식인 밥과 죽에도 육수를 넣어 영양밥, 영양죽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영양밥을 기름에 볶다가 또다시 육수를 부어 쌀에 흡수시킨 후 부재료와 볶아낸 리소토(리조또), 필라프 등 퓨전요리도 한국인의 입맛을 훔치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우리 식문화에 깊게 자리잡은 육수 문화가 한때 위협받기도 했다. 일제시대때 일본에서 조미료가 들어오고, 1956년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미원'이 생산되면서 식문화에 큰 변화가 생겼던 것.

    

일본 화학자 이케다 키루나에가 다시마 국물로부터 추출한 '굴루타민산'을 주요 성분으로 조미료를 만들었고, '아지노모토'라는 이름으로 1909년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아지노모토는 한국인의 입맛이 조미료에 길들여질 수 있도록 당시 인기를 끌던 평양냉면집 32곳을 규합해 면미회를 결성하고 자사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원했다. 이때부터 냉면맛을 내기 위해 이용하던 꿩 대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1956년 동아화성공업(현 대상)이 '미원'을 출시하고, 1975년 제일제당(현 CJ)이 '다시다'로 맞불을 높으면서 조미료 전쟁이 시작됐다. 미원을 사면 순금반지를 경품으로 줄 정도로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고, 그 바람에 조미료 소비량은 1979년 10.5g에서 1987년 332.6g까지 늘어났다.

    

1993년 럭키가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천연양념임을 강조했고 조미료 전쟁은 MGS(L-글루탐산일나트륨) 유해성 논란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995년 럭키가 LG화학으로 명칭을 바꾸고 맛그린도 1996년 사라졌지만 대상과 CJ는 MSG무첨가를 무기로 하는 천연물 전쟁에 돌입했다. 현재 CJ는 산들애를, 대상은 맛선생을 출시하고 시장점유율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는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웰빙바람과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전통의 육수문화가 재조명받고 있다. 재료의 참 맛을 이끌어내고 조미료를 최소화해 전통요리를 되살리자는 분위기 속에서 육수가 중요한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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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는 단순히 먹는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 전통 문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고유문화를 계승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국물이 거의 없는 서양음식과 달리 우리 음식에만 있는 국, 탕, 수제비, 국수 등 국물요리는 세계화에 있어 차별성을 부여하는 강점이 있다. 외국인들은 한식하면 비빔밥, 떡볶이, 갈비 등 단품을 생각하지만 한식은 밥과 국, 나머지 반찬이 어우러져 영양적으로 조화로운 식단임을 보여주는데도 유용하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단품 요리를 중심으로 한식이 어느정도 전파된 만큼 다음 단계는 가장 한국적인 육수와 발효음식 등으로 한식의 근간을 보여줄 때"라며 "기능보유자, 요리전문가, 정부연구기관이 협력해 세계화가 용이하다고 판단되는 품목과 식단을 발굴하고 세계인이 즐겨먹는 음식에 접목시키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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