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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야구, 야구인] 한화 이동걸의 ‘구멍난 바지’와 데뷔 첫 승

(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4-26 08:26 송고

참 많은 공을 던졌다. 어떤 이는 3000개라 하고, 어떤 이는 그 보다 훨씬 많다고 한다.

정말 많이 뛰었다. 눈 앞에 별이 보인다는 말이 실감나게 달렸다. 뛰고 또 뛰었다. 모두 살이 쏙 빠졌다.

죽어라 펑고를 받았다. 투수든, 야수든 모두 받았다. 오기가 생겼다. 독기를 품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지옥 캠프'는 그랬다.

한화 투수 이동걸이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사이드 펑고 훈련을 하며 좌우로 쉴새없이 날아오는 공을 잡고 있다. 마지막 공을 잡아낸 뒤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지옥 훈련'이 따로 없었다. © News1DB
한화 투수 이동걸이 일본 고치 시영구장에서 사이드 펑고 훈련을 하며 좌우로 쉴새없이 날아오는 공을 잡고 있다. 마지막 공을 잡아낸 뒤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지옥 훈련'이 따로 없었다. © News1DB


한화 투수 이동걸은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릴 때면 그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기만 한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그랬는데 뭐가 그리 대단하냐는 투다.

오키나와 고친다 캠프에서 이어진 스프링캠프 때 이동걸의 유니폼 바지 하단엔 마치 총알이 뚫고 지나간 듯 작은 구멍이 하나가 나 있었다. 오른쪽이었다.

피칭 훈련을 하는 동안 릴리즈를 할 때 끌고 나오는 오른 다리의 아래 쪽이 다른 곳보다 먼저 닳은 탓이다. 스파이크 덮개와 붙어 있는 유니폼이 살짝 솟아 있는 탓에 그 곳이 계속 땅 바닥을 스치면서 만든 결과다. 

얼마나 많은 공을, 얼마나 낮은 중심에서,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와 던지려고 애썼는지 알 수 있다.

마치 총알이라도 맞은 듯 바지 아랫단에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다. 한화 투수 이동걸의 유니폼에 생긴 구멍은 훈련의 흔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기에 바지에 구멍이 다 생겼을까. © News1DB
마치 총알이라도 맞은 듯 바지 아랫단에 구멍이 하나 뻥 뚫려 있다. 한화 투수 이동걸의 유니폼에 생긴 구멍은 훈련의 흔적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기에 바지에 구멍이 다 생겼을까. © News1DB



이동걸이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2차전에서 데뷔 첫 승리 투수가 됐다. 김경언의 짜릿한 끝내기 안타 덕이다. 그래도 승리는 승리다.

이동걸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올해 서른 두 살이다. 2007년 동국대를 졸업하면서 삼성에 입단했으니 벌써 프로 9년째를 맞는다. 그런데 1군에선 단 1승도 없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22경기에 나가 총 20이닝을 던져 1패와 1홀드,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했다.

늘 ‘기대주, 유망주’란 꼬리만 붙어 있었다. 그나마 그것이라도 있었으니 2013년 2차 드래프트 때 한화에서 ‘러브콜’을 했다. 지난해 퓨처스 리그에서 19경기에 나가 10승을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4.00.

키 1m85, 몸무게 95kg으로 체구는 당당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한화의 순회 코치로 등록된 계형철 코치는 이동걸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어차피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짧은 이닝을 집중력 있게 던질 수 있도록 스스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라고 주문했다.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등을 두드렸다. 주눅 들지 않도록 때론 유쾌한 농담으로 지친 몸과 마음도 달래 주었다.

이동걸(오른쪽)이 훈련을 마친 뒤 계형철 순회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DB
이동걸(오른쪽)이 훈련을 마친 뒤 계형철 순회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ews1 DB


이동걸은 이날 2.2이닝 동안 41개의 공을 던져 14명의 타자를 상대했다. 3안타와 볼넷 1개, 몸에 맞는 공 1개로 1실점했다. 썩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빈볼 파동’의 충격에서 벗어나기에 충분했다.

이동걸은 올 시즌 첫 1군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부산 롯데전에서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벤치 클리어링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유야 어떻든 불미스런 일의 장본인이었던 탓에 KBO에서 내린 5경기 출전 정지를 고스란히 받아 들였다.

김성근 감독도 ‘이동걸을 1군에서 제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감쌌고, 지난 23일 잠실 LG전 때 다시 마운드에 올려 기를 살려 주었다.

이동걸은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정교한 제구력과 기가 막힌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도 아니다. 그러나 힘 있는 직구를 지녔고, 꾸준하다. 언제든 중간을 책임지는 불펜 요원으로서 꼭 필요한 투수이고, 자기 몫을 해낼 수 있으리란 평가다.

이동걸의 데뷔 첫 승리가 갖는 의미는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진다. <뉴스1스포츠 국장>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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