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성완종 리스트 수사 '제자리'…증거부족·특검공방 '걸림돌'

비밀장부 존재? 박준호·이용기 진술 불투명…여야 특검 논의 본격화, 수사팀 '부담'

(서울=뉴스1) 홍우람 기자 | 2015-04-25 15:51 송고 | 2015-04-25 16:10 최종수정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이 늦은 밤 불을 밝히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고등검찰청이 늦은 밤 불을 밝히고 있다. © News1 양동욱 기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 수사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였다.
의혹을 입증할 물증이 당초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폐기됐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현 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검찰이 대규모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을 꾸린 지 2주 만에 여야 정치권이 특별검사 도입 의사를 내보이면서 수사팀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 모양새다.

◇증거인멸…박준호·이용기 최측근 2인방 '입'만 본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주말인 25일 성 전회장의 최측근 인사인 경남기업 박준호(49·구속) 전 상무와 이용기(43) 홍보부장을 상대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경위와, 은닉·폐기한 자료의 종류와 자료를 숨긴 장소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은 경남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비리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지난달 압수수색을 벌이기 전후 회사 내부 폐쇄회로(CC)TV를 끈 채 회사 자료를 빼돌려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참고인 조사를 받던 중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박 전상무는 전날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수사팀은 이날 중 이 부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성 전회장 최측근 2인의 신병을 잇따라 확보한 데는 출범 2주째인 수사팀의 절박한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수천쪽 분량의 회계·재무자료와 디지털 증거 등 방대한 압수물를 분석해 경남기업 비자금의 규모는 대체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회장 차량의 하이패스 단말기, 네비게이션 장치, 휴대전화 사용기록 등을 통해 성 전회장 생전의 행적도 상당 부분 복원했다.

다만 세차례에 걸쳐 경남기업 본사와 계열사, 성 전회장 일가와 최측근 임직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고도 금품로비에 쓰였을 비자금의 사용처를 입증할 '비밀장부' 등 핵심 자료는 손에 넣지 못한 상태다.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8인 가운데 금품 수수 시기와 장소, 전달 과정에 개입한 주변 인물 등 정황 증거가 비교적 뚜렷하게 특정된 사람도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불과하다.

수사팀은 박 전상무와 이 부장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들이 비자금의 용처를 기록한 자료의 존재와 위치를 알고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박 전상무도 전날 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에서 '성 전회장의 지시를 받고 자료를 정리했다'는 취지로 비교적 상세하게 증거인멸 시기와 장소를 진술하고 혐의를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전상무가 증거인멸 혐의를 순순히 인정한 데는 자신이 빼돌린 자료가 수사팀이 쫓고 있는 '비밀장부' 등 금품로비 자료와 무관한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체포된 이 부장 역시 박 전상무와 비슷한 태도를 보이며 의미있는 진술을 내놓지 않을 경우 '한칸 한칸 채우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겠다'는 수사팀의 일정표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박근혜 대통령에 "정권 차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혹과 해외자원개발 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입을 수용하길 바란다"고 요구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특검 도입 가능성↑…검찰 내부서도 정치권 예의주시

여기에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논의를 본격화한 것도 수사팀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불법 정치자금, 특별사면 특혜 등 성 전회장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공방을 벌이던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 특검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에 섰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논의는 이미 특검 도입 방식과 수사 대상·범위를 다투는 단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여야가 특검에 전격 합의할 경우 수사팀은 성과는 내지 못한 채 '시한부'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

검찰에서도 특검 가능성을 두고 정치권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수사 초기부터 특별수사팀을 바라보는 검찰 내부에서는 "특검으로 가는 것이 검찰에게 낫겠느냐",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압박한 사정 수사가 검찰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정치권의 이해 관계가 민감하게 얽힌 데다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금품수수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검찰 입장에서는 이번 수사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세간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하면 '축소·은폐 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불필요한 비난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누가 봐도 어려운 수사"라며 "최소한 이완구 총리, 홍준표 지사도 기소하지 못하면 수사팀이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다음주가 수사 성패를 가를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홍 지사와 지난 21일 새벽 사의를 밝힌 이 총리를 리스트 8인 가운데 1순위 소환 대상에 올려놓고 증거 수집과 관련자 진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캠프 공보특보를 지내며 성 전회장에게 받은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다음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측 측근 인사가 전화통화 등을 통해 윤 전부사장을 회유하려 하거나 이 총리쪽 전현직 보좌진들도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에 주목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수사팀은 27일 박근혜 대통령 귀국 이후 이 총리 사의 수용 결정과 4·29 재보궐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이르면 다음달 초 홍 지사와 이 총리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ong87@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