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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야구, 야구인] ‘권혁’이라 쓰고, ‘투혼’이라 읽는다

(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4-25 08:37 송고

한화 선수들의 모자 안쪽에는 짙은 오렌지 빛 색실로 네 글자를 새겨 놓았다. ‘불꽃 투혼’이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이미지를 글로 옮겨 놓았다.

지금 한화 마운드에서 가장 활활 타오르는 투수는 권혁(32)이다. 연일 ‘불꽃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24일 오후 대전시 중구 부사동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 대 SK와이번즈 경기에서 9회말 권혁이 공을 던지고 있다. 2015.4.24/뉴스1 © News1 신성룡 기자
24일 오후 대전시 중구 부사동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이글스 대 SK와이번즈 경기에서 9회말 권혁이 공을 던지고 있다. 2015.4.24/뉴스1 © News1 신성룡 기자


24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 한화가 SK에게 2-0으로 앞서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8회초부터 권혁을 투입했다. 선두타자 4번 브라운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제구가 흔들린 탓에 1사 후 6번 이재원에서 볼넷을 내줘 1, 2루, 8번 정상호의 타석 때는 폭투를 범해 1,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나 스스로 이겨냈다. 

9회초 선두타자 9번 박진만에게도 좌월 2루타를 맞았다. 오히려 차분해졌다. 제구도 안정됐다.

1번 이명기를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바깥쪽에다 시속 132km짜리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2번 김성현에게도 시속 144km 안팎의 빠른 직구를 공격적으로 던졌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몸쪽에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김성근 감독이 벤치에서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계속된 2사 2루. 여전히 큰 것 한방이면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베테랑 왼손타자 박재상이 타석에 나왔다. 권혁은 도망다니지 않았다. 또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 바깥쪽 높은 곳에 슬라이더를 던져 그냥 바라보다 돌아서게 만들었다.

무사 2루에서 1번부터 3번까지 3명을 줄줄이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팀의 10승과 자신의 4세이브를 지켜냈다.

권혁은 지난 시즌을 끝낸 뒤 FA 자격을 얻고 삼성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김성근 감독의 구상 속엔 마무리가 아닌 불펜 요원이었다. 권혁 역시 삼성에서 했던 것처럼 한화에서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9게임에 중간으로 나갔다. 1패와 3홀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무리 윤규진이 통증으로 전력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김성근 감독은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 송은범과 권혁을 마무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권혁은 지난 17일 대전 NC전에서 3이닝 동안 45개의 공을 던지면서 홈런 1개를 포함한 4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하면서도 첫 세이브를 올렸다. 불안했다. 마무리로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듯 했다.

그러나 하루 만인 18일 NC전에 다시 마무리로 나가 1이닝을 1안타와 볼넷 1개,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켰다. 위닝 시리즈를 완성했다.

권혁은 지난 22일 잠실 LG전 때도 3이닝 구원에 성공했다. 3안타 무실점이었다. 그리고 24일 대전 SK전에서 2이닝 마무리를 했다.

한화 선수들의 모자는 특별하다. 창 안쪽에다
한화 선수들의 모자는 특별하다. 창 안쪽에다 "불꽃 투혼"이란 네 글자로 주황색 실로 새겨 놓았다. 올해는 반드시 꼴찌에서 벗어나자는 결의다. 권혁이 '불꽃 투혼'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 News1DB



‘권혁’이라 쓰고, ‘투혼’이라 읽어도 좋을 만큼 강한 정신력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걱정은 투구수다.

권혁은 24일 현재 13경기에 나가 20.2이닝 동안 347개의 공을 던지면서 1패4세이브3홀드와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하고 있다. 불펜투수로서 이례적으로 규정 이닝(20이닝)을 넘어서고 있다.

경기당 평균 26.69개, 이닝당 평균 16.79개의 공을 던지고 있다. 불펜 요원으로서 지금보다 앞으로가 걱정이 되는 이유다.

구원 1위를 달리고 있는 SK 윤길현은 9게임에서 8.2이닝 동안 136개의 공을 던져 6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15.11개, 이닝당 평균 15.59개를 던졌다.

삼성의 베테랑 마무리 임창용은 8게임에서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딱 1이닝, 14.5개의 공을 던진 셈이다. 평균자책점 2.25와 5세이브(1패)를 나타냈다.

권혁은 윤길현이나 임창용과 비교하면 분명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팀내에서도 탈보트(440개), 유먼(424개), 안영명(399개)에 이어 네번째로 투구수가 많다.

함께 필승조로 나가서는 박정진은 13경기에서 14.1이닝 동안 260개의 공을 던졌다. 경기당 20개, 이닝당 17.73개다. 권혁이 이닝당 투구수는 조금 적지만 경기당 투구수는 많다.

권혁의 ‘불꽃 투혼’은 꺼지지 않아야 한다. ‘권혁’이라 쓰고 ‘혹사’라고 읽게 되면 ‘김성근식 야구’와 ‘한화의 꿈’도 함께 무너진다. <뉴스1스포츠 국장>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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