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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날]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책은 내게 무엇인가'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5-04-23 08:58 송고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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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뜻깊은 날이다.

원래 스페인의 한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축일이었던 이 날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사망한 날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매년 이날을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지정했고 우리나라도 자치단체 및 출판계와 서점계가 이날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연다.

책의 날을 맞아 책으로 꿈을 키웠고 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답을 얻었다.

1. 가장 어렸을 때 본 책은 무엇인가(태어나서 최초로 본 책이랄까)? 그때 어떤 느낌을 가졌나?
2. 지난 1년간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은?
3. 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예를 들어, 책이 어떤 형태를 가질 지 등)
4. 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과 개선돼야 할 점은? (책값에 대한 불만이나...등등)

△권지예(2002년 이상문학상 수상 소설가)

1.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만화책. 제목과 내용은 기억 안나고 주인공이 요술을 부리면 밥상 위에 음식이 가득해지는 장면이 떠오른다. 이미지와 글자가,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사람의 표정이 즉각적으로 생생하게 내 식욕을 돋구던 강렬한 느낌이 신선하고 낯설었다. 책을 통해서 그런 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좀 놀라웠다.

2.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3. 종이책과 전자책이 공존하지만 예전과 같은 독자의 개념은 아닐 것같다. 종이책은 점점 전문가용 컬렉션이 되어갈 것 같고, 전자책은 트렌드를 반영하는 흥미 위주의 내용이 되어갈 것이다. 복잡하고 교훈적인 내용은 점점 도태될 것이다.

4. 책값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시한 영화 한 편도 돈 만원이 넘는다. 거기 비하면 모든 공정이 수공업의 형태를 가진 소설쓰기는 차라리 너무 싸다. 비싸지만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 장인정신으로 만든 명품같은 책도 존재하길 바란다.

△우정희(인쇄제본기업 우진테크 상무)

1. 초등학교 고학년때 금성출판사 '한국의 역사', '세계의 역사'라는 각 10권짜리 학습만화전집이 지금 생각나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심심할 때나 뭘 먹을 때나 책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늘 보고 또 봤다. 어렸지만 그 속에서 역사 속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낀 것 같다. 한 명의 영웅보다 고통받거나 기뻐하는 힘을 모아 싸우는 백성들의 모습 속에서 많은 생각과 상상을 했다.

2 부끄럽지만 지난 1년간 끝까지 완독한 책이 없다. 그나마 손에 잡았던 책들은 경영이나 미래에 관련된 책들이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3. 약 20년 후를 가정해본다면,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들과 특수 목적의 종이책 이외에 대부분의 종이책들은 남아있지 못할 것 같다. 현재 탭형태의 전자책들은 종이책보다 더 살아남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플렉서블 형태의 '디스플레이'가 책을 아우르는 모든 정보의 집합체로 등장할 것 같다. 앱이나 앱마켓 등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로가 책을 넘어서 지식과 정보의 교류채널로 등장하며, 각 개인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지않을까?

4. 자기계발서가 과도하게 넘쳐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세상에, 시장에 존재하는 책들은 분명 이유가 있다고 본다. 시장에 존재하고 반응이 있다면 그것이 현실이고 현상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너무 가깝지도 않으며, 너무 멀어지지도 않는 진중하고 사려깊게 고민하는 편집자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로쟈(본명 이현우, 출판평론가)

1. 소파 방정환의 '사랑의 선물'과 계림문고 위인전 시리즈가 첫기억이다. 글자들의 세계로 입문하면서 재밌고 멋진 뭔가 다른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다.

2.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

3. 모든 사람이 저마다 자기 책의 저자가 될 수 있다. 일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그건 거꾸로 '저자'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라는 신화에서 벗어나겠지만 그게 긍정적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4. 책은 여전히 재화로서 저렴하다. 너무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문제일 뿐. 누구도 다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좋은 책은 결코 드물지 않다. 다만 오늘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게 해주는 날카로운 비평과 사려깊은 성찰을 담은 책은 부족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아직 우리를 알지 못한다는 느낌이다. 좋은 장편소설과 논픽션이 여전히 부족하다.

△이진희(출판사 은행나무 편집장)

1. 계몽사에서 나온 어린이 동화전집이다. 황금빛 양장에 흑백삽화가 들어간 전집이었는데 그 중 '개구리 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 같다. 개구리가 왕자로 변하는 부분에서 '환상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림은 좀 무서웠다. 

2. 페터 비에리의 '삶의 격'  

3. '물성'으로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의 고급스런 내용과 편집을 가진 책은 종이책의 형태로, 읽고 잊어버리는 내용은 전자책으로 소비될 것 같다. 일인 출판 등 출판의 형식도 다양해지면서 저자층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매체가 다양해지기에 기존 작가들의 발표공간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지만 글쓰기의 양상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4.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선 사람들이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에 비해 책에 돈쓰는 것을 너무 아까워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독자들이 책을 안 사보니 작가들도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낼 동기부여가 안되고 이것이 악순환을 만드는 것 같다.  

△최재봉(한겨레신문 문학전문기자)

1. 교과서 이전에 어떤 책을 보았는지, 기억이 불분명하다. 어린 시절 교과서 이외의 읽을거리라고는 '새농민' 같은 잡지와 표지가 떨어져 나간 만화 같은 것들이었고 워낙 읽을거리가 부족한 상황이라 이것들을 몇 번이고 되풀이 읽었던 것 같다. 초등 고학년 무렵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동시집과 '얄개전' 같은 ‘명랑소설’을 탐독하면서 그것들을 흉내내서 글을 써 보기도 했다. 내 용돈으로 처음 산 책은 주황색 표지의 하드커버 '괴도 루팡' 헌책. 중학 시절 당시 책값이 15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 한강 '소년이 온다', 김사인 '어린 당나귀 곁에서'

3. 전자책 비중이 갈수록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종이책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 것. 전자책과 영상물의 경계가 흐려지지 않을까.

4. 엄숙주의일 수도 있겠지만, 책을 너무 함부로들 내는 게 아닌가 한다. 내용이 부실하고 저자 개인의 추억 만들기 말고는 아무런 공적 의미도 없어 보이는 책들이 자주 보인다. 


ungaung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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