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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이미 사망한 法" 단통법 폐지론 '재점화'

전병헌 의원 "애초부터 정책실현 불가능"...방통위 "의견수렴해 개선하겠다"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2015-04-21 17:37 송고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정책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 News1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정책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 News1


가계통신비를 낮추고 소비자간 차별을 없앤다는 취지로 마련돼 시행 6개월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대해 실패했다는 평가가 잇따르며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보조금 경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통구조에 대한 이해없이 무리한 규제를 가해 소비자 후생이 침해되고 있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단통법 폐지를 주장 중인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단통법 폐지? 존치? 정책제언 토론회'에서 전 의원은 "단통법은 사실상 시장에서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이제 단두대에 올려 처리해야 할 때"라며 법의 존재가치를 무시했다.

전 의원은 "경쟁을 저해해 오히려 담합 환경을 공고히 만들어준 꼴이며 소비자, 이통사, 유통망 모두가 단통법에 불만족하는 상황이기에 국회의 개정논의는 필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학계, 정부, 시민사회, 사업자, 유통업계 등 모든 주체들의 의견을 고루 수렴해 향후 국회에서의 정책 개정 논의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학계를 대표해 참석한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지원금(보조금) 공시제도로 보조금을 규제하는 행위 자체가 소비자 후생을 저해시키며 관련사업자인 이통사, 제조사, 유통사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며 단통법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장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함께 부담하는 보조금을 활용한 경쟁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인데, 이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통법으로는 가계통신비를 줄인다는 생각이 원초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단통법 이후 우리나라 소비자가 해외 대비 평균 50만원 가량 더 비싸게 구매하고 있으며, 보조금을 규제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 가격차이를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갤럭시S6' 32GB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 월정액 3만원대 요금제 2년 약정으로 약 5만3000원이면 구매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0만원대 초고가요금제를 써도 이보다 45만~55만원 더 돈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통법이 보조금을 규제하는 명분 중 하나는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경쟁을 지양해 통신요금 경쟁으로 이전시킨다는 것인데 현재 이통사 수익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이통사가 망에 투자하는 금액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중 3위 안에 드는데 수익률은 뒤에서 3번째"라며 "만약 이통사에게 영업이익을 제로(0)로 맞추고 투자도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통사가 내려줄 수 있는 요금수준은 15만원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것을 감수해도 이 정도인데, 휴대폰 구입 비용을 해외보다 50만원 더 올려놓고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산수도 못하는 억지소리"라며 "현재 산업구조에서는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규제 목표였다"고 비판했다. 

최근 3년간 이통3사의 영업익은 2조4000억~4조2000억 사이인데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5800만대에 육박, 영업이익을 포기한다는 가정 아래 영업이익 총액을 가입대수로 나눌 때 가입자 1명당 깎아줄 수 있는 돈이 5만원 수준이다. 연간 6조~8조원 사이에 분포하는 이통3사 투자비도 포기할 경우 인하할 수 있는 금액 여력은 10만원이므로 영업이익과 신규투자를 없앤다는 극단적 가정으로도 인하 가능한 여력은 15만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용자간 차별을 없애겠다는 단통법의 또다른 목표도 실패했다는 평가다. 이 교수는 "갤럭시S6 보조금이 1주일만에 바뀌면서 이전 구매자가 '호갱'이 됐다"며 "호갱을 없애겠다는 단통법 때문에 오히려 1주일 단위의 호갱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금 규제가 없는 해외에서는 앞에서 보조금 경쟁을 하면서 균형가격이 형성되는데 단통법이 이를 규제하니 오히려 더 기습적인 보조금 살포행위가 생기는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단통법을 폐기해 보조금 및 가격경쟁에 대한 규제를 풀고 이통사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규제와 관행을 개선해 시장의 기능을 빨리 복원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고민도 이어졌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가입유형에 따른 이용자 차별 금지로 보조금 지급 대상이 확대돼 고정비용화되면서 마케팅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며 "각계의 보조금 상향 요구와 유통망의 판매장려금(리베이트) 확대 요구 등 구조적으로 마케팅비용을 감소하기 어렵게하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처럼 이동통신 요금인하가 강하게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이통사는 앞으로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뒤로 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고민만 깊어진다"며 마케팅비용이 줄지 않음에도 가격인하 책임과 부담이 1차적으로 이통사에 주어지는 속앓이를 털어놨다.

반면 과거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이용자 후생이 침해되는 일이 계속 발생해왔기 때문에 마련된 것이 단통법이며 앞으로 소비자 측면의 후생이 높아지도록 개선하겠다는 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일명 '대란'으로 불리는 보조금 살포가 이용자 요금으로 전가되는 문제가 있어 이같은 과도한 상황을 막기 위해 규제하는 것"이라며 "제조사, 이통사, 유통사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비자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은 "출고가, 리베이트, 보조금 등 유통구조 전반에 걸쳐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우선을 둘 것이며, 앞으로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해 제도 개선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hkma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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