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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목 치려다" 먼저 물러난 박용성…기업식 대학경영 대명사

박범훈 전 청와대 수석과 '개혁 콤비'…학과 구조조정 밑그림 마련

(서울=뉴스1) 류보람 기자 | 2015-04-21 17:21 송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 News1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 News1
21일 중앙대 이사장직과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기업식 대학경영의 대명사로 불리는 인물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이용구 중앙대 총장을 비롯한 대학 임원들에게 학교 측 학사구조 개편안에 반대한 교수들에 대해 "목을 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해당 이메일에는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학생들을 사칭해 학교 방침에 찬성하는 현수막을 제작하라" 등 지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40년생인 박 이사장은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3남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쳤다.

1974년 두산식품주식회사 전무이사를 시작으로 그룹 경영에 몸담아 온 전형적인 재벌기업인이다.
2005년에는 형인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과의 재산권 다툼으로 일어났던 '두산 형제의 난' 사건 당시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이듬해 법원은 박 이사장이 회삿돈 286억원을 횡령하고 2797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생전이던 박용오 전 회장에게도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복귀했다. 현재는 두산중공업 회장을 맡고 있다.

재벌기업인인 동시에 대표적인 체육계 인사이기도 하다. 대한유도회 회장, 국제유도연맹 회장,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구단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을 지냈다. 2009년에는 대한체육회 회장을 역임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중앙대와의 인연은 재단을 인수한 2008년부터 시작된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재직 시절 압력을 행사해 중앙대에 수백억원의 혜택을 준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박범훈 전 총장과는 '개혁 콤비'로 불린다.

박 전총장은 재일교포 김희수 전 이사장이 물러난 이후 직접 두산 측에 학교법인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이번 갈등의 불씨가 된 학과 구조조정안의 밑그림을 마련한 인물이다.

박 이사장은 "기업정신을 배우고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신조로 취업률 등 지표가 낮은 학과를 통·폐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실제로 박 이사장 취임 이후 중앙대는 거침없이 대학에 기업식 개혁의 칼날을 대는 행보를 보였다.

교수들을 4등급으로 평가해 연봉을 책정하는 한국 대학 사상 초유의 '교수 등급제'를 도입하고 학생들에게 전공에 관계없이 회계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기존 안성캠퍼스 부지를 매각하고 하남시에 새 부지를 사들여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08년 발표 당시 학교 측은 서울과의 접근성 향상과 장기발전을 위한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군부대 부지를 헐값에 사들여 지가상승을 노린 계획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여기에 캠퍼스 부지를 줄이고 일부 면적을 주택용지로 활용해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계획안을 수정하기도 해 하남시의 반대 등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앞서 검찰은 2011년 박 전총장의 사임 뒤에도 박 이사장을 비롯한 재단과의 유착관계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박 이사장을 소환할 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중앙대 본교와 분교를 통폐합한 이득이 누구에게 미쳤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전총장의 딸을 젊은 나이에 중앙대 교수로 임용한 데도 박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사실상 중앙대 교수 임용에서 전권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이메일 사건은 세간의 추측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박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대학 임원 등 20여명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대학 구조조정 방침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인사보복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등 표현은 전형적인 기업총수의 횡포로 보이는 대목이다.

중앙대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박 이사장의 공석에 대비할 후속조치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pad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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