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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키운 난민 밀항사업…7천억대 다국적 범죄조직이 운용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2015-04-21 14:05 송고
난민들이 리비아 해안을 통해 잇따라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 수천명이 지중해 바다에서 사망했다. © AFP=News1
난민들이 리비아 해안을 통해 잇따라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면서 최근 일주일 사이 수천명이 지중해 바다에서 사망했다. © AFP=News1


리비아와 이탈리아 사이 지중해가 지난 일주일새 1200명이 넘는 난민들이 빠져 숨지는 '죽음의 바다'가 됐다.
내전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들이 유럽행 밀항을 위해 리비아 해안으로 몰려들면서 최악의 해양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유엔 최고 난민 위원회의 이탈리아 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 인근 지중해에서 일어난 난민선 전복사고로 최소 800명이 숨졌다.

리비아 연안에서는 지난 12일에도 난민선이 전복돼 400명 넘게 숨졌다.

리비아가 유럽행 밀항통로가 된 것은 2011년 이후 불안해진 정세와 직결된다.
1980년대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의 철권 통치 아래 비교적 안정적 정권을 유지하며 아프리카 대륙 일대에서 대규모 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전을 통해 카다피 장기 독재 정권이 무너지면서 리비아는 사실상 4년째 무정부 상태다. 정파 부족간 이해다툼속에 사실상 과도정부가 괘멸된 상황에서 크고 작은 무장세력 수백개가 난립해 영토와 권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경관리청(Frontex)에 따르면 정정 불안 속에 유럽으로 밀입국하려는 난민들이 줄을 이으며 리비아의 무장세력과 범죄 조직들이 난민들을 연결하는 모집책이 되는 양상이다.

특히 리비아 해안을 통한 밀항에는 다국적 범죄 조직이 연루되어 있다고 BBC방송은 지적했다.

BBC방송은 리비아 해안 경비대원들을 인용해, "이탈리아에서 다수의 범죄 조직들이 점차 밀입국 알선업체들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밀입국은 사업화하며 붐을 이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출간된 '인간 밀수업자의 고백(Confessions of a People Smuggler)' 서적의 공동 집필자 지암파올로 무체미에 따르면 지중해상 밀항 알선업의 연간 규모는 최소 3억유로(약3500억원) 최대 6억유로(약7000억원)에 달한다.

무체미는 "리비아에 밀항을 원하는 난민 고객들이 넘쳐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알선업체들에게 맡기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밀항 사업 역시 수요가 넘쳐나고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공급자의 서비스 수준이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무체미는 "밀항 사업에서 수요만 있으면 공급자인 알선업체들은 서비스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밀항업자들은 난민선의 선장이나 선주가 아니라고 무체비는 강조했다.

무체비는 "밀항업자들은 사업가들"이라며 난민들의 절박함과 밀항업자들의 이해가 만나면서 리비아의 밀항이 지금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체비는 EU 각국 정부들이 밀항 루트를 폐쇄하면 밀항이 더욱 위험해지면서 밀항업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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