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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우위 굳어져…이완구 사의로 당·청 역학구도 변화

'成리스트' 파문 속 당이 주도권 확보…朴대통령 순방 중 '조기 사퇴' 유도
친박계 힘 못받고, 당내 초·재선 '脫청와대' 행보도 가속화

(서울=뉴스1) 김유대 기자 | 2015-04-21 11:14 송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4.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4.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전격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의 역학구도 변화가 여실히 드러난 모습이다.
이번 파문으로 여권이 수세 국면을 면치 못하자 당이 물밑에서 이 총리의 사의를 유도하는 그림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출국 직전인 16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독대에서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결정을 유보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 총리에 대한 '엄호'를 포기하고 사퇴론에 무게를 실었다.

전날(20일) 김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총리가 박 대통령의 귀국 전이라도 거취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최고위원단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 대표는 21일 "고뇌에 찬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고,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인간적으로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정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이 어쩔수 없는 수순임을 밝혔다.
김 대표 등은 박근혜 대통령의 출국 이후 공식적으로는 "기다려 달라"는 말로 대응했지만, 방점은 박 대통령 귀국 후 '이 총리 사퇴'에 맞춰져 있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반 잇따른 총리 인사 파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당의 움직임이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김용준·안대희·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에서 청와대를 엄호하는데 급급했었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된 박근혜 정부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힘을 받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초반 당을 장악하고 있었던 친박(親박근혜)계도 이러한 분위기에 한 몫을 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투톱으로 당 지도부 진용이 바뀌면서 기류는 확실히 달라졌다. 친박계는 2선으로 빠졌고, 급속도로 당내 힘의 균형이 재편된 것이다.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최고위원조차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총리의 조기 사퇴 필요성에 특별히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른바 '박근혜 키즈'라고 불리며 조용한 행보를 보인 당내 초·재선 의원들의 분위기도 이번 파문을 겪으면서 확연히 달라졌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여권의 대형 악재 속에 초·재선 의원들도 탈(脫) 청와대 행보를 보이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모습이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를 비롯해 곳곳에서 이 총리의 사퇴가 불기파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당 지도부도 마냥 청와대의 결정을 바라만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때문에 당내에선 이 총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기류가 급격히 강해졌다.

당 지도부로선 새정치연합이 해임건의안 제출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여당내 '이탈표'로 인해 역대 최초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가결 처리되는 사태까지도 배제할 수 없었다.


yd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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