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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이완구엔 자충수, 검찰은 외통수?

특별수사팀, 자료 분석 완료…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 관계자 본격 소환 예정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2015-04-20 20:11 송고 | 2015-04-20 20:13 최종수정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News1 이광호 기자
고(故)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 News1 이광호 기자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을 몰고 온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던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자충수, 수사에 나선 검찰에 외통수가 돼 돌아왔다.

이 총리는 취임 후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기업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사실상 검찰 수사에 신호탄을 쐈지만 고(故)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로비 의혹이 담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면서 자기 스스로 발목을 잡힌 꼴이 됐다.
기획수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원외교 비리 수사에 속도를 냈던 검찰로서도 성완종 리스트는 외통수가 됐다. 성 전회장이 사망한 마당에 의혹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기소해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순방 후 특검 도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검찰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 중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 등 성 전회장 측근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소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부정부패 척결 선봉장, 로비 의혹 대상으로 전락...말 바꾸기에 자충수

정관계 로비의혹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 가운데 20일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은 이완구 총리다.

로비 명단에 이름이 오른 사람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3000만원이라는 비교적 적은(?) 액수에도 불구하고 이 총리가 주목을 받는 데는 현직 총리라는 지위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말 바꾸기'식 대응과 그가 이번 리스트의 시발점이 된 부정부패 척결의 선봉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지난 3월12일 담화문 발표를 통해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업"이라며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박고 있는 고질적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엄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다음날인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투입돼 해외자원개발사업 비리 의혹이 제기된 경남기업과 성 전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 이달초 성 전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가진 언론인터뷰와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이 총리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성 전회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2013년 4월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완구 당시 후보의 부여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선거자금 3000만원을 직접 건넸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품수수 의혹의 당사자인 이 총리는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회장이 다녀간 사실을 알지 못한다', '돈 거래는 없었다'는 등 성 전회장 방문을 부인했다가 당시 이 총리의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 등의 증언이 나오자 이틀만인 16일 "독대한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말 바꾸기를 지적하자 '원래 충청도 말투가 그렇다'며 애먼 충정도 사람까지 끌어들이는 추태도 보였다. 결국 이같은 말바꾸기 행태는 이 총리의 입지를 위축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그는 '사퇴' 압박을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앞서 이 총리는 담화문 발표에서 "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습니다.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바람처럼 이번 로비 의혹에 대한 진실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분명히 규명돼야 할 것이다.

◇외통수에 걸린 검찰, 망망대해에서 '귀인' 찾을 수 있나

이 총리에게 성완종 리스트가 자충수가 됐다면 검찰에게는 딱히 묘수가 보이지 않는 외통수에 걸린 장기알과 같은 존재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외통수는 이도 저도 못하는 수를 말한다. 지금의 검찰의 모습이 그러하다.

검찰은 현직 국무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친박계 의원 등 현정권 전현직 실세들의 로비 의혹을 밝혀내야 하는 입장에 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불거진 의혹은 너무 많지만 로비를 입증할 증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이 성 전회장의 인터뷰와 다이어리, 차량 하이패스 단말기 기록 분석과 성 전회장 측근들의 입을 통해 돈이 오간 정황을 추적하는 퍼즐 맞추기 작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검찰이 증거를 포착해 기소하더라도 이번 사건 핵심 당사자들의 사법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수사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혐의가 인정돼 처벌된 사례가 사실상 없는 데다 이번엔 공여자를 자처한 성 전회장마저 사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과거 특수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 간부는 "판례를 거슬러 찾아봐도 공여자가 사망한 상황에서 금품을 받은 사람도 혐의를 부인하면 법원에서 죄가 인정된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종료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잘못될 경우 검찰 수뇌부가 책임을 질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외부에서는 현정권의 지휘 아래 있는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며 특별검사제도(특검)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며 외풍이 심한 상황이다.

또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가 어려워지자 성 전회장의 횡령을 꼬투리 잡아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이른바 '별건 수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 결과 통상적인 기업 범죄 수사에서 나타나는 서로 연결돼 있는 각종 유형의 범죄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고, 횡령 자금의 사용처를 계속 조사했다"며 별건 수사 의혹을 부인했다.

특수팀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어려움을 설명하며 '망망대해에 돛 하나 띄우고 진실을 찾아나선 상황'이라고 자조섞인 표현을 내놓았다.

주말을 반납한 채 압수물 분석에 집중했던 검찰은 이번 주중 박준호 전 상무 등 성 전회장 측근들을 시작으로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수사의 다음 칸을 채워 나갈 계획이다.

검찰이 찾던 진실을 규명해 줄 '귀인'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boaz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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