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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장애 체험에 진땀 흘린 문형표 복지부 장관

낮은 문턱도 휠체어 이동 땐 난관…눈 가리자 한발 내딛기 어려워
매일 외출하는 장애인 비율 67.3%…장애인 이동복지 갈 길 멀어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2015-04-19 23:49 송고 | 2015-04-19 23:52 최종수정
서울 강북구 인수동 국립재활원에서 휠체어 이동 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서울 강북구 인수동 국립재활원에서 휠체어 이동 프로그램을 체험 중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을 책임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국립재활원을 찾았다.
20일 '제3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의 일상생활 속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에는 보건복지부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국립재활원은 총 300병상 규모의 재활 전문 진료·연구·교육 전문기관이다. 장애로 재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첫 체험 프로그램은 휠체어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휠체어는 정해진 사용법을 따라 한다.
우선 휠체어 뒤에서 손잡이를 잡고 양옆으로 편다. 이어 손가락 끝을 붙여 휠체어를 아래로 눌러준다. 휠체어에 앉을 때 발판을 밟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엉덩이를 좌석과 등받이에 밀착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휠체어로 이동하지 않을 때는 브레이크를 걸어두고 이동할 때 바퀴 옆에 붙어 있는 핸드림을 통해 방향을 바꿔준다. 휠체어를 접는 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기본적인 사용법을 교육받은 직후 문형표 장관과 기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체험을 했다. 수십 미터를 이동하고 경사로를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팔이 저리고 땀이 났다.

오르고 내릴 때 몸 각도가 바뀌고 핸드림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비장애인들이 무심코 지나가는 낮은 문턱도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난관이다.

휠체어 핸드림에 많은 힘들 줘야 하는 데다 몸 각도가 맞지 않으면 뒤로 넘어져 다칠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알지도 관심도 없는 영역에서 장애인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재활원 지하 공간에 마련된 시각장애 체험장은 안대로 눈을 가리고 일반 도로 모형을 걷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짧은 시간이나마 시각장애인들 입장에서 이동의 어려움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초래한다. 앞을 볼 수 없기에 흰 지팡이를 어깨너비만큼 두르리며 장애물이 있는지 살펴야 하고 작은 실수로 장애물에 부딪혀 다칠 수 있다.

진행방향을 유도하는 선형블록과 분기점·대기점·출발점·목표지점을 표시하는 점형블록에 의지해 길을 걷는 수고스러움이 따른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은 밑창이 얇은 신발을 신는다고 한다. 국내 도로 여건상 선형·점형블록이 끊긴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
국립재활원에서 시각장애인 체험 중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국립재활원에서 시각장애인 체험 중인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뉴스1 © News1 윤혜진 기자

안대로 눈을 가린 문형표 장관이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이동했다. 선형·점형블록을 따라 버스정류장 모형에 들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하면 국립재활원 직원들이 손뼉을 쳐 신호를 줬다. 실제 시각장애인들은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

체험 공간에 설치된 버스 모형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흔히 보는 버스에는 이런 경사로가 거의 설치되지 않았다.

길거리에 설치된 작은 간판들도 시각장애인들에게 장애물이다. 흰 지팡이를 두드리며 피해 가야 한다. 차량이 이동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15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오감을 동원해 이동한 탓인지 문 장관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지친 모습을 모였다. 1~2시간에 불과한 체험 프로그램이었지만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삶을 평생 감내한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추정 장애인은 273만명에 달한다.

장애출현율은 5.59%로 인구 100명 중 5.59명이 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95%는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는다. 누구라도 일시에 장애인의 삶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장애인이 거의 매일 외출하는 비율은 67.3%이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어려움이 있다는 비율이 39.8%로 조사됐다.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대중교통인 버스·택시 불편이 6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 부족 17.2%, 장애인콜택시 등 전용 교통수단 부족 14.3% 등의 순이었다. 한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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