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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의 행보가 아름다운 이유

(서울=뉴스1스포츠) 유수경 기자 | 2015-04-18 10:42 송고
부엌에서 우아하게 식사를 준비하던 엄마가 갑자기 도끼눈을 뜨며 칼을 집어던진다. 앞치마를 벗고 교복을 입은 엄마의 모습이 사태(?)를 짐작하게 한다. MBC 드라마 '앵그리맘' 오프닝 영상 속 모습이다.

'대한민국 대표 미녀 배우' 김희선이 뿔난 엄마가 됐다.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1990년대 예쁘고 통통 튀는 김희선은 만인의 연인이었다. '미스터Q', '세상 끝까지', '토마토' 등의 드라마가 히트한 건 김희선의 매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각에선 "늘 같은 연기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늘 비슷한 연기를 하면서도 매번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수많은 작가와 PD들이 김희선을 찾았다. 아무리 작품을 잘 만들어도 시청자들에게 외면을 당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


그런 김희선이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특출난 외모와 존재감으로 다른 세계 사람 같았던 그에게서 친근함이 느껴졌다. 토크쇼 등을 통해 거침 없는 입담이 폭발했고, 억지로 처녀 연기를 고집하지도 않았다.

김희선이 '앵그리맘'에서 조강자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News1스포츠/ MBC 방송 캡쳐
김희선이 '앵그리맘'에서 조강자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News1스포츠/ MBC 방송 캡쳐


전작인 '참 좋은 시절'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에 임한 김희선의 모습은 신선했다. 첫 사투리 연기 도전, 화장기 없는 얼굴에 수더분한 의상,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는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앵그리맘'에서는 고등학생 딸을 둔 엄마에 도전했다. 학교 폭력을 당한 딸 때문에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조강자 역이다. 짙은 모성애가 전하는 감동, 파격적인 욕설 연기, 구수하면서도 코믹한 매력이 더해져 드라마의 몰입을 도왔다.


물론 엄마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억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비슷한 나이대의 여배우 중,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이는 김희선 외에 딱히 생각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아름다운 몸매와 고운 피부를 지녔더라도 학생들 틈에 있으면 어색함을 넘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흘러가는 세월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성형 등)를 취하면서 얼굴이 더욱 망가지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을 쉬면서 CF로만 얼굴을 비추는 여배우들이 많다. 광고 수입으로 자기 삻을 즐기면서 연기 변신에 대한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연기 열정을 불태우는 김희선의 행보는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한 연예 관계자는 뉴스1스포츠에 "연기력에 대한 비난과 인기 하락, 광고가 끊기는 걸 두려워하는 여배우들이 많다. 하지만 김희선은 90년대 안방극장을 휘어잡은 독보적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더욱 나이가 들었을 때 누가 진정한 배우로 남을 수 있을 지를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하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앵그리맘'의 결말 만큼이나 김희선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uu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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