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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학생증이 중국 여행의 '꿀팁'?…만원이면 증명서가 뚝딱

[통신원코너]

(베이징=뉴스1)임지연 통신원 | 2015-04-18 10:00 송고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가 게시한 위조 신분증 샘플.© 뉴스1 임지연 통신원
중국 쇼핑몰 타오바오가 게시한 위조 신분증 샘플.© 뉴스1 임지연 통신원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13억 인구의 중국 대륙에서는 그 큰 규모만큼이나 기상천외한 일들이 수시로 일어난다.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의 구두 가죽에서 단백질 성분을 추려내 만든 가짜 달걀이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거나, 전 세계 모든 유명 브랜드 상품을 본 떠 만든 짝퉁 상품이 ‘수수가(秀水街)’라고 불리는 중국의 한 시장에서 본래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된다.

그래서인지 중국은 ‘짝퉁 제조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국가이기도 한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의사 자격증부터 회계사 자격증, 학생증, 학위 수료증까지 원하는 모든 것을 위조하는 일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신분증 위조는 각 대학 인근의 브로커를 통해 이뤄진다. 베이징대학교, 칭화대, 인민대 등 중국 유수의 대학 근처에는 위조 신분증 구매를 부추기는 브로커들이 진을 치고 있기 일쑤다. 이들은 오가는 행인들을 대상으로 파일에 정리한 위조 신분증 양식을 보여주며 흥정에 나선다. 이들에 따르면 신분증 위조는 단 10여분 만에 가능하다.   최근에는 온라인 포털 사이트 판매업체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범위로 활동하는 전문 위조 업체들이 증가 추세다.   매년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영업하는 신분증 위조 전문 업체의 수가 지난해 기준 500여곳을 넘어섰다.   또한 중국 유명 포털사이트 바이두(baidu) 검색창에 ‘증(證)’을 검색하자, 각종 신분증을 위조해주겠다는 업체들이 줄지어 검색된다.

위조 비용은 10위안부터 수 백 위안까지 천차만별이지만, 모든 업체는 고객이 원하는 신분증을 단 며칠 만에 위조해 고객의 집까지 안전하게 배송해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들이 판매하는 위조 학생증, 신분증, 각종 자격증 등은 실제로 수 십 위안에서 많게는 수 백 위안에 중국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들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사진을 첨부하거나, 기재될 학교, 학과, 졸업년도, 신분증 유효 기간까지 정교하게 제작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위조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다.

이렇게 위조된 신분증을 주문한 고객들은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weibo)에 위조 신분증 사진을 게재해 자랑을 늘어놓기도 한다.

물론 이 같은 수법으로 위조된 신분증은 위조와 사용 모두 불법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판매업체 ‘타오바오(taobao)’와 ‘땅땅왕(ddangddangwang)’ 등에서는 ‘신분증 위조’라는 단어는 금지어로 채택, 검색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들 사이트 검색창에 신분증의 ‘증’이라는 글자만 검색해도, 수 백 여 곳의 위조 신분증 업체가 검색된다.   그렇다면, 어떤 신분증이 가장 많이 위조될까.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신분증은 단연 학생증이다. 위조 신분증에 대한 법적 처벌 기준이 존재하지만, 위조 학생증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유행처럼 번져가는데는 학생증 지참 시 각종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학생증을 지참할 경우, 전국 각지 관광지와 음식점, 서점, 심지어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도 학생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학교 인근의 음식점에서는 최고 50% 이상의 높은 학생 할인 혜택이 365일 제공되기 때문에 학생증 위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유명 관광지 입장료도 50% 가량 할인받을 수 있어, 일반인들도 위조 학생증을 구비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위조된 신분증이 적발되지 않고 사용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광활한 중국 대륙에는 지난해 집계된 대학의 수만 1500여곳에 달하고, 이들은 전국 각 성에 분포돼 있다. 때문에 신분증을 검사할 시 각 대학의 소재지를 다 알지 못하는 일반 중국인이 신분증을 가진 사람이 위조된 신분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최근에는 중국 여행을 앞둔 이들을 위해 성황리에 운영 중인 한 온라인 카페에 중국 여행 ‘꿀 팁’이라며 위조 학생증 구매를 부추기는 글들이 게재됐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최근 “중국 여행 시 학생증 할인율이 어마어마하다”며 “단 만 원 정도면 학생증 위조가 가능하니, 꼭 학생증 위조해 여행할 것”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한국에서 중국을 관광차 방문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 카페 글에는 중국을 방문하기 전 반드시 위조된 신분증을 지참이 필수적인 것처럼 소개된다.

하지만 현지 사정에 어두운 여행객이 작은 이익을 위해 위조 신분증을 사용하다 적발된다면 자칫 지울 수 없는 인생의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최소 10~15일 이하의 구류와 1000위안(17만5000원) 이하의 벌금형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법을 부추기는 온·오프라인 상의 분위기와 이를 이용해 작은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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