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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톡톡] ‘세월호 악플 읽는 남자’ 욕설에 환호하는 누리꾼 “사이다!”

(서울=뉴스1) 김진 인턴기자 | 2015-04-17 16:22 송고 | 2015-04-17 16:37 최종수정
© 미스핏츠
© 미스핏츠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앳된 얼굴로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그는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입으로 온갖 X욕을 한다. 그는 세월호 악플러들에게 "사실 관계 좀 확인하고 와", "내 세금으로 니들 콩밥 먹인다", "MB 4대강 사업도 내 (세금)허락 안 받고 썼다"고 말한다. 마스크도, 하다못해 선글라스도 쓰지 않고 맨 얼굴을 그대로 노출한 채 손가락욕을 날린다. 20대 대안언론 미스핏츠(Misfits)가 16일 게재한 동영상 '지켜본다의 지켜보쇼'다.
4분 31초에 달하는 이 영상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퍼지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자칫 거북할 수도 있는 거침없는 욕설에 사람들은 되레 "사이다!(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시원하다)"라고 외치며 "멋지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melo**** 와 진짜 속이 다 시원하다ㅠㅠ 님 짱입니다. 팬 할래요.
김ㄷ**** 이 오빠 완전 멋지다!
seoy**** 와 멋있다. 내 주변에 저런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박ㅅ****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얼굴 드러내고 당당할 수 있는 사람. 요즘 세상에 소신 갖는 것처럼 힘든 일이 어디 있나. 부러운 삶이네요.
윤ㅅ**** 아 XX. 욕하면 안 되는데 너 XX 마음에 든다. 형이 너 응원할게!

이 영상이 '사이다'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욕이다. 그는 4분 내내 설명과 함께 차진 욕을 선사한다. 그동안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는 이들 사이에서 고상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던 사람들은 그에게 자신을 투영해 욕구를 해소한다. 두 번째는 짧은 설명이다. "왜 국가가 먼저 보상에 나서나? 직접 청해진에 가서 받으라고 해"라는 댓글에 그는 "청해진 해운으로부터 돈을 받기가 힘들 것 같아서 국가가 먼저 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요청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구구절절 법조항과 연월시를 읊진 않지만, 쉽게 머리에 박힌다.

다음은 일부 네이버 댓글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댓글A: 돈 더 줄까? 더 달라는 소리네;;
답변: "정부가 한 학생당 '200만원X12개월X30년' 해서 준 거고, 국민 성금인 거고, 절대 유가족들이 더 달라고 한 게 아니라니까."

댓글B: 인양해준다니까 하지 말라더니 이제 인양하라고, 특별법 만들라니까 폐기하라고 시위하고… 그냥 무시하는 게 답 아닌가?
답변: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조사권이 없어요. 정부가 만든 조사자료를 내가 재조사밖에 못 해. 심지어 그걸 행정부 직원이 한대요. (중략) 내가 널 조사해야 돼. 근데 니가 만든 자기소개서만 가지고 널 조사하래. 이게 말이 돼?"

댓글C: 단원고 유족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순수한 유족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답변: "순수한 유족이 뭔데? XX. 정부가 하지 말라면 가만히 있는 게 순수한 유족이야? 가만히 있으라고 한 게 누구야?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애들이 그렇게 된 거 아냐."

16일 게시 이후 해당 동영상의 댓글창은 비판과 비난이 범람하는 전쟁터로 변했다. 속이 시원하다는 사람과, 특정 커뮤니티나 정치성향을 욕하는 사람과, 평범한 시민의 의견을 왜 악플로 몰아세우냐는 의견 등이 뒤섞여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저기… 어디서 오셨어요?
hope**** 벌레들 소문 듣고 득실득실?
yeye**** 여기 흥분한 벌레들이 많네요. 
신ㅅ**** 여기서 사이다 타령하는 사람들 OOO에서 오신 분들 아닌지요?

#존중 좀 해줍시다
친ㅁ**** 언제부터 네이버뉴스 댓글이 일베충 악플로 둔갑한 거지? 
박ㅅ****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일베? 악플러?
마ㅇ**** 당신의 국정원 직원 몰이가 일베의 종북몰이랑 뭐가 다른가요.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추모제를 마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분향소를 향해 추모행진을 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며 캡사이신을 맞고있다. © News1 허경 기자<br><br>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추모제를 마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분향소를 향해 추모행진을 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며 캡사이신을 맞고있다. © News1 허경 기자


한편, 같은날 온라인 밖에서는 이상한 전쟁이 일어났다.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을 향하는 기자의 귀에 삼삼오오 모인 의경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캡사이신은 제발 안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밤 10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년 추모식에서 시민들은 처음 본 옆사람과 팔짱을 끼고 인간벽을 만들어 유가족들을 감쌌고, 캡사이신 최루액을 우산으로 막았다. 결국 그 전쟁은 참가자 10명의 경찰서 연행, 경찰 1명 실신, 유가족 1명 중상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국화를 손에 든 시민과 방패를 손에 든 경찰은 서로의 적이 아니었다. 그 전쟁의 적은 그곳에 없었다.

# 시민, 유가족, 경찰 모두 한마음
duwe**** 경찰들도 한 가정의 아들이자 남편이고 아빠들이에요. 거기서 그러고 있는 게 아마 누구보다 가장 미안했을 거예요. 
dmst**** 저도 어제 정말 많이 울었어요. 1년이 지났지만 국민끼리 자꾸만 싸우고 변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안타까운 현실…
kion**** 그날 그자리 시민, 유가족, 경찰 모두 한마음이었을 듯. 더이상 피해자가 없길 바랍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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