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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다시 배우는 연극배우…"다시 한번 하아~"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04-15 06:00 송고 | 2015-07-11 11:40 최종수정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현장 연극인의 창작역량을 키우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13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김혜리 교수(왼쪽)가 '호흡과 몸으로 여는 자유로운 음성'수업에서 발성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연극센터)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현장 연극인의 창작역량을 키우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13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김혜리 교수(왼쪽)가 '호흡과 몸으로 여는 자유로운 음성'수업에서 발성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연극센터)

연기를 기본부터 다시 가르치는 곳이 있다. 일반인이나 배우지망생들이 아니라 대학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대상이다.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센터가 진행하는 '플레이업 아카데미'(Playup Academy). 3~10년 차 경력의 현역 연극인을 대상으로 창작역량을 키우는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김혜리 국민대 교수(42·연극전공)가 '호흡과 몸으로 여는 자유로운 음성' 수업을 한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서울연극센터.

수업은 마룻바닥에 깔린 요가 매트 12개에 2명씩 짝을 이뤄 진행 중이었다. 다들 나이가 비슷해 보여 누가 수강생이고 누가 강사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김 교수가 말했다.

"다시 한 번 하아~"

"하아~"
배우들은 눕거나 서서 수업내내 '하아~'만 외쳤다. 독백하거나 대사를 주고받을 줄 알았던 예상이 빗나갔다. 김 교수는 참가한 연극배우들에게 링클레이터 메소드(Linklater methods)를 가르쳤다. 이 메소드는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목소리(natural voice)를 훈련을 통해 되찾는 과정이다.

"잘못된 심리적·신체적 습관을 제거해야 자연스러운 목소리가 나와요. 어디가 잘못됐는지 어디가 불필요하게 긴장하는지 몸으로 느끼세요. 하아~."

몇십 년 동안 굳어진 습관을 고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업에 참가한 배우들의 지원동기는 다양했지만, 기존의 굳어진 연기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 공통된 소망이었다. 6년 차 배우인 강혜련(29) 씨는 "중극장에서 연기하거나 번역극에 출연할 때 대사의 전달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더욱 부자연스럽고 인물의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웠다"며 지원 동기를 말했다. 불필요한 긴장은 아래턱과 등, 넓적다리 관절에 집중된다고 김 교수가 말했다.

"누워 있으면 땅바닥이 몸을 지탱해줘요. 그래서 불필요한 긴장이 몸에 덜 생기죠. 넓적다리 관절이 풀렸을 때 어떤 느낌인지 느끼세요. 아래턱도 마찬가지죠. 거기가 굳으면 혀의 위치에 문제가 생겨서 목을 긁어서 나오는 소리가 나오죠. 한번 더 하아-."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대학로 공연장에서 공연하기를 꿈꾼다. 꿈을 이룬 배우들이 자존심을 접고 수강신청을 했다면 뚜렷한 목적이 있다. 임준식(28·3년 차 배우)씨는 "습관적인 긴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안한 몸동작과 목소리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수업을 듣던 배우 A씨가 통증을 호소했다. 그는 아래턱부터 어깨를 지나 손까지 마비가 왔다.

"혀가 불편해서 말하기 힘들어요. 몸이 굳었는데 몸 안은 뻥 뚫려서 텅 빈 느낌이에요."

김 교수가 A씨를 눕히더니 손으로 그의 가슴을 눌렀다. A씨의 목소리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김 교수의 지도로 A씨가 목소리를 되찾는 5분여 동안 이슬(28·5년차 배우)씨는 A씨의 한쪽 손을 양손으로 매만지며 긴장을 풀어줬다. 아직 서로가 낯설지만, 대학로 무대에서 언젠가는 함께 공연할 동료 연극인이다.

그들이 앞으로 만들어 낼 공연은 연극계의 희망이다. 박준범(28·5년차 배우)씨는 작년에 참가 기회를 놓쳐서 벼르고 있다가 신청했다며 "관객의 이야기를 배우가 듣고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표현하는 플레이백 시어터(Playback Theatre)를 앞으로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강생들이 플레이업 아카데미로 한 단계 발전된 연기력으로 무대에 선다면 관객들은 더 깊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플레이업 아카데미'는 2012년 '체호프 연기 워크숍'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시작해 지난 3년간 총 20개 과정을 연극인 281명이 참여했다. 교과과정은 정규(6과목) 심화(2과목)과정과 워크숍과 특강으로 진행되는 특별과정으로 나눠 10월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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