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이창호의 야구, 야구인]최용규가 ‘빅리그 도전자’ 김광현을 울린 사연

(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4-02 07:57 송고 | 2015-04-02 09:13 최종수정

SK 에이스 김광현은 1일 홈 개막전에 선발로 나갔다. 팀 창단 17주년을 기념하는 개막 행사를 가졌고, 유니폼엔 기념 패치까지 붙인 ‘특별한 날’이다.

김광현의 시즌 첫 등판. 메이저리거의 꿈을 잠시 접고 국내에 잔류했다. 홈 팬들 앞에서 멋진 투구를 보여주고 싶었다. 김용희 감독은  2000년 삼성 사령탑 이후 15년 만에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왔다. 홈 개막전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3월31일 예정된 개막전은 봄비가 심술을 부린 탓에 하루 순연됐다. 선발 김광현도 하루 늦게 마운드에 올랐다. 1회초부터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졌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익히고 가다듬은 서클 체인지업과 커브를 섞었다. KIA 타자들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다.

4회초 1사까지 완벽했다. 1회 2개, 2회 2개, 3회 1개 등 모두 5개의 'K'자를 KIA 타자들의 가슴에 새겨줬다. 단 1개의 안타는 커녕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KIA 선발 스틴슨과의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느라 경기 진행 역시 초고속이었다. 긴강감이 이어졌다.

KIA 최용규는 아직도 무명이다. 4년의 긴 공백 탓이다. 그러나 김광현과는 잊지 못할 기억을 갖고 있다. 1일 SK전 승리의 발판이 된 좌익선상 2루타 역시 김광현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때문이다.  © News1DB
KIA 최용규는 아직도 무명이다. 4년의 긴 공백 탓이다. 그러나 김광현과는 잊지 못할 기억을 갖고 있다. 1일 SK전 승리의 발판이 된 좌익선상 2루타 역시 김광현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은 때문이다.  © News1DB

그러나 0-0이던 4회초 1사후, KIA 2번 최용규에게 당했다. 초구에 엉거주춤 번트 자세를 취하던 최용규가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김광현의 3구째 몸쪽 체인지업을 가볍게 당겨쳤다.
빠른 타구는 3루 선상을 따라 왼쪽 외야까지 계속 굴러갔다. 이날 ‘작심하고 등판한’ 김광현을 상대로  KIA 타선이 뽑아낸 첫 안타가 바로 최용규의 좌익선상 2루타였다.

결국 김광현은 이 한방이 화근이 돼 5.2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면서 삼진 7개를 솎아내고도 4안타와 볼넷 2개로 3실점(2자책)했다. 시즌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최용규는 누구인가. 무명이다.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한동안 야구장에서 볼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퓨처스리그에 합류한 뒤 10월14일 이다샘, 이은총 등과 함께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추가 등록한 늦깎이다.

해 놓은 것도 없는데 어느 덧 서른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의 긴 공백이 있었다. 어깨 수술을 했고,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에서 받아주지 않아 현역병으로 군 생활도 마쳤다. 절박함으로 다시 돌아왔다. 퓨처스 리그 25게임에서 57타수 20안타로 타율 0.351과 8타점, 9득점을 기록했다.

가을 캠프에 참여했다. 마지막이란 각오로 덤벼 들었다. 김기태 감독이 유심히 지켜봤다. 스프링캠프 때도 꾸준하게 기회를 줬다. 2008년 원광대를 졸업하며서 2차 2번 신인으로 KIA에 입단한 뒤 2009년 야구 월드컵 대표선수로 출전할 때의 자신감을 되찾았다.

최용규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처음이자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한 홈런이다. 최용규는 원광대 시절이던 2007년 대학리그 홈런왕이었다. 하지만 프로에선 딱 1개의 아치를 그린 것이 전부였다.

SK 에이스 김광현이 1일 인천 KIA전에 첫 등판했지만 패전의 멍에를 썼다. KIA 2번 최용규에게 첫 안타를 좌익선상 2루타로 내주면서 흔들린 탓이다. © News1DB
SK 에이스 김광현이 1일 인천 KIA전에 첫 등판했지만 패전의 멍에를 썼다. KIA 2번 최용규에게 첫 안타를 좌익선상 2루타로 내주면서 흔들린 탓이다. © News1DB

2009년 5월28일 인천 문학구장. KIA는 곽정철, SK는 김광현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 이날 KIA의 유일한 득점을 3회초 선두타자로 나간 최용규가 김광현을 상대로 뽑아낸 우월 1점 홈런으로 만든 것이었다. KIA는 1-7로 졌다.

김광현의 머리 속에 안타 하나와 똑같은 홈런 또는 아주 까맣게 잊힌 아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용규는 아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홈런이다.

2015년 4월1일, 만우절. 최용규는 문학구장으로 첫 원정 길에 나서면서 불현듯 스치는 기억에 매달렸다. 선발 김광현과 자신의 프로 첫 홈런이 바로 그것이었다.

최용규는 ‘만우절의 선한 거짓말’처럼 김광현에게 팀의 첫 안타를 뽑아냈고, 3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최용규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안치홍의 군 입대 공백으로 생긴 2루 자리를 든든하게 지켜내고 있다. 개막전부터 3게임 연속 출전하면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9타수 2안타로 타율은 0.222지만 타점 2개와 득점 3개를 기록했다. 안타 2개는 승리와 직결된 3루타와 2루타였다.

3월28일 LG와의 광주 개막전, 소사와 양현종의 투수전이 6회까지 이어졌다. 0-0 동점이던 7회말 KIA 선두타자 6번 이범호가 소사를 중월 1점포로 두들겼다. 7번 김원섭은 중전안타로 나갔다.

양상문 LG 감독은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소사를 내리고 8번 최용규의 타석부터 유원상을 투입했다. 최용규는 무사 1루에서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2구째를 짧고 야무진 스윙을 밀어쳐 우중간 외야를 갈랐다. LG는 주자의 추가 진루를 제어하기 위해, KIA 벤치의 보내기 번트까지 대비하려고 내외야 모두 정상 수비 위치보다 앞 쪽으로 당겨 놓았다.

1루주자 김원섭은 2루와 3루를 연거푸 돌아 홈을 밟았다. 2-0으로 도망갔다. 타자주자 최용규는 3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시즌 첫 안타를 1타점 우중간 3루타로 신고했다.

4년 동안의 공백, 무명의 시간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느낌을 시나브로 받았다. 그리고 4월1일 프로 첫 홈런의 기억이 생생한 인천 문학구장에서 김광현을 또 한번 울렸다. 되살아난 자신감과 마지막이란 절박함이 어우러졌다. <뉴스1스포츠 국장>


chang@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