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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문건 유출' 조응천, 식당 주인된 사연…"을이 되고 싶었다"

홍대에 해산물음식점 '별주부' 개업…"정직하게 육체노동하고 깨지며 거듭날 것"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2015-04-01 17:14 송고 | 2015-04-01 18:46 최종수정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뉴스1 © News1 송은석 기자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음식점 주인이 됐다.

조 전비서관은 손님을 왕으로 모시는 '을'의 입장에서 "깨지고 몸으로 부대끼며 그동안 배우지 못했던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개업 배경을 밝혔다.

조 전비서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역 근처에 신선해물전문식당 '별주부(鼈主簿)'를 차렸다.

식당에선 전복을 주메뉴로 전복모듬해물구이, 전복모듬해물찜, 신선해물모듬 등 해산물요리를 주로 판다.

1일 개업 심경을 묻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출근할데가 있으니까 좋다"고 답했다.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인 조 전비서관은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국가정보원 특별보좌관 등을 거쳤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발탁돼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지난해 4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무직자'로 지내왔다.

검사 출신인데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만큼 변호사 사무실을 차릴 것이라는 주위 예상과 달리 음식점을 차린 이유에 대해 그는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부족했던 부분을 배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조 전비서관은 "청와대를 나온 뒤 혼자서 자전거를 오래 타는데 자전거를 타며 많은 생각을 한다"며 "기왕 하는 바에야 정직하게 몸으로 하는 육체노동을 하고 싶었고 또 요즘 '갑을논쟁'이 이슈인데 철저히 '을'의 입장으로 가고 싶었다"고 개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갑질을 안했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갑질을 안했을뿐 '을'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손님은 왕이라고 하지 않나. 매일매일 불특정 다수의 손님을 만나 음식을 먹고 가격을 지불하는 손님들에게 '을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은 부당한 경우도 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것들을 다 참고, 겪고 이겨내는 과정에서 내가 그동안 갖추지 못했던, 부족했던 부분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주위에서 물론 '변호사 개업' 권유도 있었다. 특히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음식점을 차리는 걸 아내가 탐탁치 않게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의지와 진정성을 알게된 뒤에는 아내가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돼줬다.

건축사인 아내는 가게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재료수급, 대표메뉴 선정 등 거의 모든 개업 준비과정에서 조 전비서관을 도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재차 묻자 조 전비서관은 "솔직히 식당을 하는 것보다 변호사를 하는 게 편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문건 파동 때) 곡학아세하고 왜곡을 하는 걸 보고 화이트칼라라는 게 좋게 보이지 않더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식당을 하며 을로 처절하게 깨지고 그런 과정에서 거듭나 '식당주인'으로 한 번 승부를 보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주재료를 '해산물'로 정한 건 '제철'이 있는 해물의 매력 때문이라고 했다.

조 전비서관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철'이 없는데 해산물은 제철 음식이 있으니까 제철에 맞는 것들을 잘 끓여서 요리하면 육고기보다 더 맛있고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31일 정식 개업에 앞서 하루 전날 국이 짜거나 맵지는 않은지, 직원들이 불친절하지는 않은지 등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지인들을 불러 대접했다는 그에게 어떤 사람들이 참석했는지 넌지시 물었다.

그러나 조 전비서관은 웃으며 "실제 영업하는데 있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욕 얻어먹을 각오하고 허물없이 지내는 '극소수 지인'만 불렀다"고 말했다.

앞으로 초대하고 싶거나 방문해줬으면 하는 손님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너스레를 떨며 "앞서 말했듯이 불특정 다수 손님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며 배울 것"이라며 "(손님이 누구든)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만 답했다.

박관천 경정과 공모해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무단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비서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첫번째 공판에 참석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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