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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1주기 코앞인데…첫 삽도 못 뜬 특조위

세월호특조위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 특위 무력화 시도" 활동 중단
세월호 유가족 측 "정부, 진상규명하려는 의지 없어 보인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황라현 기자 | 2015-03-31 19:01 송고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자료사진) © News1 유승관 기자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 (자료사진) © News1 유승관 기자
수학여행을 떠난다던 고등학생 등 280여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최악의 비극, 세월호 참사를 겪은 지 어느덧 1년이 가까웠다.
전국민이 슬픔 속에서 눈물 지으며 세월호 참사 소식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참사로 인한 실종자 수는 0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은 여기저기서 이어지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곳은 단연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다.

그러나 1주기를 코 앞에 둔 지금까지도 특별조사위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 놓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특별조사위는 최근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로 인한 갈등에 결국 '활동 중단'이라는 칼을 뽑았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특별조사위는 정부의 이같은 시행령안이 특별조사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고 입법예고 기간 동안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지난달 5일 이완구 국무총리로부터 정식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통과된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근거해 유가족과 국회, 대한변호사협회, 대법원 등이 추천한 17명 위원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임명장을 받은 직후부터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정원, 직제 등을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

특별조사위는 지난 2월17일 정부 측에 정원 120명, 예산 192억원 등을 규모로 하는 특별조사위 안건을 전달했다. 이는 해양수산부의 초안보다 약 40억원 예산이 증가된 규모다.

특별조사위는 이같은 안건에 대해 세월호 특별법 통과 당시 국회에서 정원을 120명으로 명시했었고 이는 독립적이고 신속한 진상 규명이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지난달 중순까지도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정원과 직제 문제에 이어 세월호 특별조사위 독립성 훼손도 문제가 됐다.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별조사위 내부자료가 청와대와 새누리당, 해양수산부, 경찰 등에 유출됐다며 특별조사위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활센터 건물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이석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재활센터 건물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 News1 신웅수 기자
그러나 정작 문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이 본격적으로 입법예고되면서 터졌다. 세월호 특별조사위는 정부의 특별법 시행령에 대한 입법예고는 세월호 특별법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 하부조직으로 전략시킬 의도가 명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세월호 특별조사위 사무처는 1실·1국·2과(기획조정실·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로 두도록 하고 공무원 정원을 90명(위원장·상임위원 등 정무직 5명, 일반직 공무원 42명·별정직 공무원 43명)으로 한다. 

이는 당초 특위 설립준비단이 사무처에 3국·1관(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기획행정담당관)을 두고 공무원 정원 120명(일반직 공무원 50명·별정직 공무원 70명)을 요구했던 것에 비해 크게 축소된 내용이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안에 따르면 특별조사위가 해야 할 각 소위원회 기획조정 업무를 1차 조사대상인 해수부 파견 공무원들이 담당하게 된다"며 "행정사무 지원에 그쳐야 할 사무처 공무원들이 특별조사위 기능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진상규명 업무내용도 정부 조사결과를 분석하는 것으로 한정됐다며 정부 조사결과에서 문제점이 발견되더라도 사실상 특별조사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안에 의하면 특별조사위는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다"며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의견을 끝으로 공식 활동을 중단한 특별조사위는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월호 유족들과 만나 시행령안 철회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또 국회 농해수위원장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등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 입법예고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촉구 416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촉구 416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News1 허경 기자
1주기를 코 앞에 둔 상황에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들도 역시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

박주민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은 "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후 특별조사위 내부자료가 유출되는 등 여러가지 내홍을 겪었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국가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며 "앞으로의 안전사고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진상규명이 올바른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 득실을 따지지 않고 정부라면 해야 할 도리를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에도 길거리에서 노숙해야 한다는 사실에 국가의 잔인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유경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부족한 특별법이지만 그래도 특별법에는 취지와 공정성, 충분한 예산과 기간에 대한 보장이 담겨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에 정부의 입법예고안에는 이마저도 위반하는 내용만이 담겨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월호 특별조사위 구성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봤고 이에 그동안 유족들은 '지켜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이번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따라 모든 유족들은 그간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그나마 특별조사위와 특별법만을 믿고 있었는데 입법예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며 "특별조사위 활동이 잘 됐다면 유족들의 마음도 모두 해결될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재근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도 "애초에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필요하다고 했다"며 "그러나 조사권만을 가진 특별조사위의 활동마저 무력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특별조사위의 권한을 빼앗고 공무원이 특별조사위를 장악하게 하는 입법예고안"이라며 "이같은 내용이라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는 이뤄질 수 없다"고 폐기를 촉구했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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