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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여전히 불안한 대한민국…"안전은 남 일?"

끊이지 않는 대형사고…이후 쏟아진 대책들 "책임자 처벌 강화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박소영 기자, 이정우 기자 | 2015-03-31 18:18 송고 | 2015-03-31 21:58 최종수정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뉴스1 © News1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세월호 참사 실종자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뉴스1 © News1

보름만 있으면 세월호 참사 1주기다. 사고 직후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1년 동안 대형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인 안전불감증은 이후 이어진 사고들에서도 여전히 엿볼 수 있었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안전불감증 탓에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도 여전히 불안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대형사고들의 원인, 대응방법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그동안 얼마나 우리의 경각심을 깨웠는지 살펴보고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 끊이지 않은 대형사고들…계속된 안전불감증

    

지난해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모두 304명이 숨졌다. 참사 이후 정부와 시민들은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듯했지만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대형사고가 재발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발생 채 한 달도 안 된 5월2일 서울 성동구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는 성수역 방면으로 향하던 전동차 2대가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객 388명이 골절 등 부상을 입었고 열차수리비를 포함해 모두 28억여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사고에 놀란 승객들이 선로를 따라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사고 원인은 신호 연동장치 오류로 서울메트로 직원은 당일 새벽 이를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신호관리소장은 이를 단순 '모니터 고장'으로 여기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같은 달 28일에는 전남 장성의 한 요양병원에서 방화로 인한 불이 나 29명이 숨졌다. 화재는 발생 6분 만에 진압됐지만 대부분 환자가 거동이 불편한 치매노인들이라 인명피해가 컸다.

    

이 병원에서는 화재 등에 대비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소방점검표는 모두 '이상 없음'으로 허위 작성됐고 관행상 야간 당직의사는 2명이 아닌 1명만 배치됐다.

    

이 사고를 두고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아 비상시 정해진 역할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세월호 승무원들을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광장에서는 인기 걸그룹 포미닛이 축하공연을 했고 공연을 보기 위한 시민들은 너도나도 환풍구에 올라섰다.

    

결국 무게를 견디지 못한 환풍구는 붕괴됐고 관람객 27명이 20m 아래로 추락해 이 중 16명이 숨졌다. 인파가 몰렸지만 "위험하니 올라가지 말라"는 사회자 당부 외에 안전시설이나 안전요원은 없었다.

    

올해 들어서도 대형사고가 계속됐다. 지난 1월10일 의정부의 한 아파트 1층에 세워진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건물 3동과 주차타워 등으로 옮겨 붙어 4명이 숨지고 99명이 다쳤다.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건물 사이 간격이 너무 가까워 불이 쉽게 옮겨 붙었고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를 키웠다. 주차공간 마련도 의무가 아니라 소방차가 들어서는 데도 애를 먹었다.


지난 2월11일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에서는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63명이 부상했다. 가시거리가 10m에 불과할 정도로 안개가 짙어 발생한 사고였지만 피해를 키운 원인 중에는 일부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은 버스·택시 운전기사들이 있었다.

인천 영종대교에서 지난 2월11일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인천 영종대교에서 지난 2월11일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여전히 불안한 대한민국…"안전불감증 해소해야"


연이어 발생한 대형사고들 탓에 시민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안한 곳이다.

    

학부모 서혜숙(56·여)씨는 "최근 강화도 캠핑장 사고를 보고 남 일 같지 않았다"며 "안전사고가 너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가기만 해도 뭔가 불안하다"고 밝혔다.

    

회사원 정모(37)씨는 "아이가 두 살이다. 곧 보육원에 맡겨야 되는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테 우리 아이를 맡기는 것조차 걱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나야 지금 우리사회에 적응해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고 운전도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대한민국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우리가 평소 크고 작은 안전불감증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원생 김정웅(26)씨는 "학교가 공사 중이라 집에 가는 길이 공사판인데 모두 그 주위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더라"며 "'나 혼자 위험하게 여기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회사원 권은비(30·여)씨는 "이제 막 입사해 정신 없이 달려오느라 당장 내 눈 앞에 닥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전에 대한 어떤 생각도 없다"며 "이게 바로 안전불감증이 아닐까. 당장 나나 지인이 당하지 않는한 안전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토로했다.

    

극장에서 일하는 이부근(68)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시민들의 안전불감증을 경험한다.

    

이씨는 "교통, 가스 등 일상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경각심이 전무한 것 같다"며 "꼭 언론을 통해 터지고 나서야 조심했어야했다면서 호들갑이지만 이마저도 남의 일 보듯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소 안전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사례를 많이 봤다"며 "뭐가 그리 급한지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했다.

    

또 "극장에서 일할 때도 위험한 경우를 본다"며 "담배를 피우다 휴지통에 꽁초를 함부로 버린다. 연기나는 걸 끈 게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홍태권(22)씨도 "현재 대한민국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자기자신의 안전에도 큰 관심이 없고 남의 안전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홍씨는 "오히려 안전에 신경쓰는 사람을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몰아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결과만 중시하던 효율지배적 구조에 너무 길들여진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은 개개인이 지켜야할 문제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보면서 개인의 주의만으로 충분한지 의문이 든다"며 "국가가 전방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촉구 416시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무력화 정부 시행령(안) 폐기 및 세월호 인양촉구 416시간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사고 이후 쏟아진 대책들 "책임자 처벌 강화도…"

    

대형사고가 나면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관련 대책들을 쏟아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때그때 발생한 사고에 적절한 대책을 내놓고 이를 제대로 지키는 일을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상왕십리역 전동차 추돌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는 2~3호선의 노후 전동차 650량을 계획보다 앞당겨 ATO(자동운전장치)차로 교체하고 철도사고와 주요 운행장애가 발생할 때 5분 내에 상황전파·시민보호·초기대응까지 완료하는 '골든타임 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또 판교 공연장 환풍구 사고 직후 시내 지하철, 지하상가 등 환풍구에 대한 특별점검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민관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시에 있는 총 2851개의 환기시설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는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축물 화재사고 방지대책을 담은 '건축법 시행령', '건축물의 피난·방화규칙' 등 관련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같은 대형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건축물 외벽에 불연·준불연 마감재를 사용해야 하는 건축물 대상을 종전 30층 이상에서 6층 이상 건축물로 확대하는 것이다.

또 상업지역 안에 들어선 건축물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인접대지와 이격기준(6m 이내에서 조례로 규정)에 맞춰 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영종대교 106중 추돌사고 이후 정부는 3월27일 안개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안개취약구간에 대한 '도로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은 ▲모니터링 및 사고대응시스템을 강화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10m 미만이면 도로 관리자가 긴급히 통행 제한할 수 있도록 도로법 시행령 개정 검토 ▲사고 발생 시 비상방송 및 스마트폰·내비게이션을 통한 즉시 알림 서비스 도입 ▲가변식 속도 표지판 및 안개 소산 장치 설치 등을 담았다.

    

이처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대책과 함께 사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안전책임자들이 안전불감증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안전실장은 "안전사고의 유통기한은 6개월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세월호는 잊혀져 정부태도, 국민의식, 우리사회 문화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영국 같은 경우 기업살인죄 도입으로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사업주를 살인죄로 기소하고 엄청난 액수로 과징금을 추징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잘못해도 처벌 받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형사적 처벌을 하든지 민사상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일절 진행되지 않는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을 지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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