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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외교위기’를 ‘외교기회’로 바꿀 카드는?

확실한 외교원칙 필요, 한중·미중관계 중장기 전략짜야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2015-03-31 13:59 송고 | 2015-03-31 15:05 최종수정
30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15년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식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2005년 이후 분리 개최돼 온 재외공관장 회의와 총영사회의가 10년 만에 통합돼 열리는 것으로 공관장 176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다음달 4일까지 개최된다. 2015.3.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동안 취해왔던 '전략적 모호성'보다 이제는 '국익'을 앞세우겠다는 정부의 스탠스가 우리 외교에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인행(AIIB) 창설멤버 가입, 미국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국 배치 결정을 둘러싸고 지난 수개월간 우리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보여 온 모호성 전략이 '줄타기'라는 비판을 받자 앞으로는 "국익의 관점에서 우리가 옳다고 최종 판단하겠다"고 천명했다.

우리 정부가 분명한 중심과 균형 감각을 갖고 양대 열강 사이에서 휘둘리지 않고 모든 사안을 결정하겠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확실한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 측이 요구한 AIIB 창설멤버 가입을 결정한 가운데 조만간 미국 측에서는 중국이 반대하는 사드 한국 배치를 공론화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국의 반발과 미국의 압력사이에서 정부는 또다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전망이다.
이제까지 정부가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버틸 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를 벗어나 경제 활력을 되찾고 있는 미국도 아시아회귀를 통해 아시아 중시 전략에 힘을 쏟고 있어 대중견제 정책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국 또한 계속해서 국력을 키울 것이기 때문에 양측의 충돌 양상은 지금보다 격화될 것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중 G2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이 많아질 것이 자명해 보인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한쪽으로부터는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이냐가 우리 외교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외교원칙을 세우고 중장기 전략을 짜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센터장은 31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1990년대 한중수교 당시만 하더라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손잡으며 한국이 이득을 취해왔는데 2008년 이후부터는 미중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고 동북아시아에서 중일 갈등이 생기면서 미일동맹이 강화됐다"며 "안보와 경제로 나눠 대응하던 게 이제는 섞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국익'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정부의 스탠스는 맞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확실한 외교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 하에서 사안별로 대응하기 위한 장기 외교플랜을 짜야한다"며 "지금처럼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 하는 식의 외교스탠스라면 위기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일 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사드 한국 배치 등 과거 경제, 안보분야를 넘어서 역사문제, 최근 AIIB가입 등 금융부분에 있어서까지 전략적 선택을 해야할 사안이 많아짐에 따라 확실한 외교원칙이 세워진 후 움직여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외교전문가도 "외교에 있어 중장기 전략을 짜야하고 미중사이에 선택의 순간이 더욱 많아질 텐데 한미동맹, 한중관계의 전략대화 속에서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전략적으로 협력해 함께 간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고, 한미 간에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작년말까지 2+2(양국 외교·국방)회의가 3번 열렸지만 명확한 원칙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미일동맹의 경우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는 것을 명확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한미동맹의 경우 2+2회의가 3차례 열렸지만 중국부분이 언급된 것은 작년 말 열린 회의에서였고, 그나마 '한미동맹은 중국과의 건설적인 협력에 들어간다'는 문구였다"며 "미국의 생각은 한미일이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인데 애매모호하게 돼 있어 우리가 중국을 견제해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 헷갈리게 해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사드를 반대하는 이유로 언급하는 X-밴드 레이더는 표면상에 하는 소리고 한미일이 공동으로 자국을 견제하는 것을 막고 우리를 우방으로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원칙을 세우고 보다 확실히 하지 않으면 이슈가 터질 때마다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unj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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