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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美 NBC, 남·북·미 당국자 초청 TV쇼 추진

1984년 '투데이 쇼'…韓美 거부로 무산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15-03-30 06:00 송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내 벽에 장식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그림. © News1 이기창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건물 내 벽에 장식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그림. © News1 이기창

미국의 NBC 방송사가 1984년 남북한과 미국의 당국자들을 TV프로그램에 출연시켜 3자 대면을 갖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가 30일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개한 비밀해제 문건에 따르면 지난 1984년 미국 NBC 방송의 뉴스 PD이자 기자였던 빌 브라운은 같은 해 6월17일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이시영 공사를 만나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 제의한다.

브라운 기자는 이 공사에게 "최근 주유엔 북한 대표부를 방문해 한시해(당시 주유엔 북한 대표부 대사)등을 만났다"며 "북한이 자신들이 제의한 남·북·미 간의 3자회담 등과 관련해 TV에 출연해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미국 측 당국자와 한국의 주유엔 대표부 대사가 북측과 동시에 아침 뉴스인 '투데이 쇼'에 나오는 것이 어떠냐"라며 "미 국무부에서는 현직 당국자의 출연은 어렵다고 답해 와서 리차드 스나이더 전 주한 미대사의 출연을 섭외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NBC의 '투데이 쇼'는 전국방송 규모의 대표적인 미국의 뉴스 프로그램으로 가수 싸이도 '투데이 쇼'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유명세를 탔다.
류병현 당시 주미대사는 이 같은 NBC 측의 제의에 대해 "우리 측 대표와 북측 대표가 동등한 자격으로 미국의 시청자들에게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미 국무부(당시 국무성으로 표기)에 북측 인사가 방송에 나가는 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해야한다"는 보고를 올린다.

특히 우리 측은 당시 방송이 성사될 경우 "전직 미국 외교관과 한국 외교관이 동석하면서 일종의 3자회담이 이뤄지는 듯 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졌던 것으로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북한은 1984년 1월 전격적으로 남·북·미 간 3자회담을 제의하면서 미국 측과의 대화를 위한 나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이 같은 우려속에 정부는 NBC 측이 "남한 측이 참여를 거부하면 북-미 양측만 출연시켜 방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하자 결국 미 국무부는 물론 NBC 측에도 적극적으로 방송의 부적절함을 설명하며 저지에 나선다.

당시 국무부는 '현직 당국자 출연 불가' 방침을 고수했으나 스나이더 전 대사는 "남한이 북한을 바보로 만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일면 출연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스나이더 대사는 결국 미 국무부와의 접촉에서 불참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했고 NBC 측도 한-미의 연이은 불참 결정에 결국 방송 계획 자체를 백지화시킨다.

이후 브라운 기자는 김경원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이후 주미대사 역임)와의 면담에서 "이 건은 한국 정부와 관련된 것인데 미 국무부가 과도하게 나서 개입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 것이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seoji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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