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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야구, 야구인] 팬들에게 오래 기억될 ‘아름다운 시구’

(뉴스1스포츠) 이창호 기자 | 2015-03-29 08:12 송고 | 2015-03-29 13:20 최종수정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삼형제 중 두 아들을 야구와 함께 살게 했다. 야구로 대한민국을 호령하고, 세계 최강 쿠바 선수들까지 벌벌 떨게 했던 큰 아들은 저 세상에 보냈다. 남은 아들은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서 오늘도 만원 관중 앞에서 서있다.

부산 사직구장 광장 앞, 한편에 동상으로 남아 있는 야구 선수 최동원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늘 조용하셨다. 자식들의 뒷바라지는 물론 초등학교 교사로서 해맑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삼았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는 두 아들 최동원과 최수원의 운동 일정 관리는 아버지가 챙겼다.

“동원아, 엄마가 시구를 할 때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다오.”

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2015시즌 개막전에서 아들을 떠오르게 하는 투구 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 롯데 자이언츠 제공
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t의 2015시즌 개막전에서 아들을 떠오르게 하는 투구 폼으로 시구를 하고 있다. © News1스포츠 /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제 어머니가 등번호 11번을 달고 사직구장 마운드에 섰다. 모자를 만져보고, 안경도 고쳐 써 보고, 포수를 바라보더니 왼 다리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홈플레이트를 향해 공을 던졌다.

롯데와 kt의 2015시즌 개막전을 찾은 야구 팬들은 따스한 박수를 보냈다. 어머니는 최동원이 예전에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그랬던 것처럼 환호하는 팬들을 향해 모자 벗어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전했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와 함께 대구구장을 찾았다. 기억이 생생하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아빠, TV에서 아저씨들이 야구한다”며 좋아하던 아들은 시나브로 사십대에 접어들었고, 아버지는 팔순을 넘긴 노인이 됐다. 손자도 벌써 열 살이다.

33년 전, 아버지는 아들을 삼성 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으로 만들었다. ‘라이온즈 키즈’가 된 아이는 늘 야구를 보고 즐겼고, 삼성을 응원했다. 그 아들이 다시 자기 아들의 손을 잡고 대구구장을 찾곤 한다. 3대째 라이온즈의 열혈 팬이 됐다.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2015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에 시구와 시타 등을 맡은 ´3대 야구 가족´이 훈훈한 이야기를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타석, 아버지는 포수, 열살짜리 손자는 투수로서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다. 투수 심판원은 나광남 주심. © News1스포츠 / 삼성 라이온즈 제공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SK의 2015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에 시구와 시타 등을 맡은 ´3대 야구 가족´이 훈훈한 이야기를 선물했다. 할아버지는 타석, 아버지는 포수, 열살짜리 손자는 투수로서 공을 던지려고 하고 있다. 투수 심판원은 나광남 주심. © News1스포츠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야구를 사랑하는, 삼성을 좋아하는 ‘야구 가족 3대’가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5 공식 개막전을 빛냈다. 할아버지는 타석에 서고, 아들은 포수로서 미트를 끼고, 손자는 투수로서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삼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상징하는 행사를 가졌다.

할아버지 박창기씨는 원년부터 삼성의 열성 팬이었다. 자연스레 아들 박용현씨를 원년 어린이 회원에 가입시켰고, 아들은 다시 자기의 아들 성호를 올해 어린이 회원으로 만들었다.

대구구장은 1981년 2월 개장했다. 그리고 1982년부터 프로야구 삼성의 홈 구장으로 쓰고 있다. 34년이 흘렀다. 올해까지 사용한다. 내년에는 새로운 구장에서 시즌을 맞는다. 공모를 통해 ‘3대 야구 팬’을 찾아내 개막전과 함께 한 이유다.

한국프로야구는 1982년 3월27일 동대문야구장에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시구로 출범했다. 해마다 개막전이 열리고, 포스트시즌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구를 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들도 한 두 번 야구장을 찾아 시구를 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정치인들도 단골 손님처럼 때가 되면 나타나 시구나 시타를 한다.

야구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시구자는 역시 연예인이다. 예쁘고 늘씬한 여성 연예인이 시구를 하면 선수들까지 좋아하며 많은 관심을 보인다. 연예인에게 잠시라도 공 던지기를 지도했던 총각 선수들은 떨림과 기쁨을 동료 선후배들에게 털어놓곤 한다.

요즘 구단에서 '모시고' 싶은 대세 연예인은 뭐니뭐니 해도 인기 걸그룹이다. 시구와 시타는 물론 애국가까지 부른다. 때론 축하 공연도 한다. 일석이조를 넘어 일석삼조, 사조까지 효과 만점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두산과 NC의 잠실 개막전은 걸그룹 AOA의 지민과 찬미, 넥센과 한화의 목동 개막전은 포미닛 멤버인 전지윤이 시구를 각각 맡았다.

프로야구의 주인인 팬들은 어떤 시구자에게 무덤덤할까. 뻔하다. 정치인이나 지자체장들이다.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난해 가을, 시각장애인 소년을 대구구장으로 초대해 시구 행사를 가졌다. 자신의 팬이란 이야기를 듣고, 소원을 들어줬다.

야구 팬들에게 고(故) 최동원 어머니의 시구, 야구 가족 3대의 시구는 어떤 유명인이나 힘 있는 정치인의 시구보다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뉴스1스포츠 국장>


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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