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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군대] 軍 성폭력, 여군 하사 왜 취약할까

최근 5년간 軍 성폭력사건 피해자 60%가 여군 하사
간부지만 '을'의 입장… 보호기제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2015-03-28 09:10 송고 | 2015-04-30 14:48 최종수정
© News1 양동욱 기자
© News1 양동욱 기자


국방부가 지난 27일 내놓은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권력형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하사 근무평정을 절대평가 후 그 결과를 본인에게 공개하고 장기복무 선발 때 객관적인 평가요소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근무평정은 직속 상관이 하는 것으로 간부들의 진급과 직결된다. 상관이 여군 하사에게 성폭력을 가해도 장기복무 선발을 앞둔 여군들이 그동안 이에 대해 제대로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군내 성폭력 사건을 들여다보면 피해자의 상당 수가 '여군 하사'라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지난 1월 육군 모 부대 여단장이 부하 여군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여군 하사였다.
이 사건은 피해자 하사와 같은 방을 쓰는 동료 여군 하사가 다른 영관급 장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함께 드러났다. 한 방을 쓰는 두 여군 하사가 모두 군대 내 성폭력의 피해자였던 셈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육군 17사단 장성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역시 하사였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강원도 화천의 육군 모 부대에서 한 대위가 부하여군 6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 6명 가운데 3명이 하사 계급이었으며, 2012년 발생했던 육군 장성의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도 하사였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4년 8월까지 발생한 성군기 위반 사건은 모두 183건이었다.

피해 여군은 하사가 전체의 약 60%인 109명이었고, 대위(20명), 중위(12명), 소위(7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필 하사가 권력형 성폭력의 주된 피해자가 된 것은 일단 상명하복을 중시하는 군대 내 구조적 측면 때문이라는 데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사는 군 조직 전체에서 간부에 해당한다. 그러나 간부 조직 내에서는 막내다. 나이도 어리다. 통상 20대 중반에서 군생활을 시작하는 장교들과는 달리 여군 하사에 지원하는 연령대는 대체로 20대 초반이다.

경기도 지역의 모 부대에 근무하는 한 장교(대위)는 "하사들은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기간이어서 가장 의욕적일 때다. 위에서 떨어지는 명령을 수행하는 게 전부인 시기라서 상관의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반항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상관이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손쉽게 이를 뿌리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소장은 "상관 입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손쉽게 찍어낼 수 있는 계급이 하사"라며 "무엇보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하사들이 세상 물정에 아직 어두운 측면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피해자가 이를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군내 여군 하사도 성폭력으로부터의 보호기제가 약하다는 설명이다.

문제제기를 했다손 치더라도 가해자가 낮은 징계를 받을 경우 결국 해당 상관과 계속해서 근무해야 할 가능성도 피해자 입장에선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육군 여단장의 여군 하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직후 육군 1군사령관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을'의 입장인 부하 여군이 상관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구조가 애당초 취약했던 점에서 1군 사령관의 지적은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부적절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국방부가 발표한 성폭력 종합대책은 일단 이같은 측면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사건 발생에 따른 인사 상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대책과 사건 접수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공간적으로 분리하는 한편 재판 등 조사 과정에서 전문조력자를 우선 배치해 지원하도록 한다는 내용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다보니, 자칫 여군을 회피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는 군 성폭력 사건에 대한 비난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잇단 성폭력 사건에 여군 기피현상과 함께 군 전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하도 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터지다보니, 되도록 여군들과는 섞이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군은 계속해서 늘어날 텐데 피하면 된다 식의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군의 전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2014년 6월 기준으로 군에는 9228명의 여군이 있다. 부사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군의 4.5%로 원사는 20여명, 상사 400여명, 중사 2000여명 그리고 하사는 2500여명이다.

국방부는 현재 6.7% 수준인 여군 장교 비율을 올해까지 7%로, 4.5%를 차지하고 있는 부사관 비율은 2017년까지 5%로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bin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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