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조윤선 정무수석비서관이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대표단과 첫 만찬 회동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 2015.3.26/뉴스1 © News1 한재호 기자

취임 1개월째인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광폭 '소통' 행보가 요즘 정가(政街)의 화제다.지난달 27일 부임한 이 비서실장은 전임 김기춘 실장과는 달리 청와대 비서실은 물론, 당정과 야당까지 광폭의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실장은 2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견례를 겸한 첫 만찬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이 실장이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만찬에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회동 후 "(이 실장이) 앞으로 당청 간 소통을 잘하고 뭐든지 대화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실장이 "(당·청간 소통에 있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이날 회동에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함께하며,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소통이 이뤄졌다. 이는 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도입 공론화에 대해 당·청간 엇박자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당·청 소통'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날 모임은 상견례 자리였던 만큼 현안에 대해 깊숙이 논의하기 보다는 청와대 외교안보 컨트롤 타워인 김 실장과 여당 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는 자리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게다가 이 실장은 다음달 1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와도 오찬을 함께하며 소통의 폭을 야권까지 넓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실장의 적극적인 대(對)국회 소통행보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비서실장에 임명된 직후 이 비서실장의 취임 일성(一聲)은 '소통'이었다.

이 실장은 이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서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과 국민들께서 지금 저에게 기대하시는 주요 덕목이 소통이라는 것을 저는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소통의 비서실장'이 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더욱 낮은 자세로 대통령과 국민의 소통의 가교가 되고,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정부와도 더욱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서실장에 임명된 다음날인 28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도 '국민과의 소통'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실장이 취임한 후 청와대 비서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우선 수석비서관들이 박 대통령에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직접 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실장이 자신을 통하기 보다는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라고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박 대통령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도 하고 업무추진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과거 김기춘 실장이 현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실장이 수석들의 의견을 모아 박 대통령에게 전할 때에는 청와대 참모들은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컸다고 한다. 만일 실수가 있을 경우, 자신이 책임져도 될 일을 실장이 대신 지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만기친람' 스타일의 김 전 실장과 대조적으로 후임 이 실장은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장악력이 높지만 부드러운 일 처리로 청와대 분위기를 '소통'으로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 실장의 소통 행보는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 회동'에서 큰 역할을 했다. 빈손으로 끝날 뻔한 3자 회담을 회담 후 여야 대표를 2시간 가까이 붙잡고 조율을 거듭한 끝에 예상에 없던 합의문까지 이끌어 낸 것이다.

이 실장의 광폭 소통행보에도 불구하고, 그 특징은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로우-키(Low-key)에 가깝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실장은 자신의 소통행보가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입장에서 대통령이 아닌 자신에게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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