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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팔아놓고 회원까지 뺏어가고" 골프존에 뿔난 점주들

골프존 대전 골프테마파크 오픈후 인근 스크린골프 점주들 "생존권 위협받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경쟁사보다 3배 폭리...이용자가 많아 끌려갈 수밖에"

(서울=뉴스1) 서영준 기자 | 2015-03-26 11:45 송고
골프존 전국 가맹점주들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서울사옥 앞에서
골프존 전국 가맹점주들이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프존 서울사옥 앞에서 "골프존 매장주 생존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매장주들은 이날 "거품 낀 기계납품가, 코스유료화 정책, 1~2년마다 발생하는 신규시설투자비용 떠넘기기 등 행태로 골프존이 점주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중산층, 자영업자 몰락을 부추기는 골프존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2015.3.23/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2013년 '갑(甲)의 횡포' 논란에 휩싸였던 골프존이 이번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번 논란은 올 1월 골프존이 대전에 골프테마파크인 '조이마루'를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조이마루' 인근에서 골프존 장비로 스크린골프 영업을 하는 점주들은 영업권 침해라며 강력히 반발해, 현재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골프존에 맞서고 있다. 점주들은 '조이마루' 사례가 대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골프존이 1000억원을 들여 대전시 유성구에 조성한 골프테마파크 '조이마루'는 3만3000㎡(약 1만평) 규모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골프에 관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레저시설이 갖춰져 있다. 첨단 장비를 이용한 스윙 분석을 비롯해 전문 골프 프로의 레슨, 맞춤형 골프피트니스 처방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회원들은 조이마루에 있는 27개의 스크린골프 부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대전지역 스크린골프 점주들은 조이마루에서 무료로 스크린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은 엄연히 영업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전에는 94개의 골프존 스크린골프 매장이 있다. 이 가운데 조이마루가 들어선 유성구에만 34개의 골프존 매장이 몰려있다. 점주들은 골프존 장비를 구입해서 스크린골프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이마루에서 무료로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면 회원들이 어디로 가겠느냐고 얘기한다.

송경화 전국골프존사업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조이마루 회원 대부분이 우리 매장을 찾던 고객"이라며 "골프존이 조이마루에서 무료 스크린골프 부스를 운영하는 것은 골프존 장비를 구입해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뒷통수를 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회원들이 골프를 위한 신체 기능 향상과 골프 실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한 것일뿐"이라며 "대전지역 스크린골프를 포함한 골프산업 전체의 활성화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골프존은 '조이마루'와 같은 골프테마파크를 대전에 한정시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점주들은 골프존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비를 교체하거나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골프존은 교묘한 논리로 폭리를 취했을 뿐 아니라 불신을 조장했다는 게 점주들의 주장이다.

골프존은 2011년 스크린골프 시뮬레이터 'N형'을 '리얼'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업그레이드하면서 15개 무료코스를 없애고 1인당 2000원의 코스이용료(R캐시)를 받도록 바꿨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코스이용료 추가부담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고, 점주들은 회원들을 잃게 될까봐 코스이용료를 대신 납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규모는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스크린골프 부스 5개를 운영하는 매장은 매월 200만원에서 300만원의 코스이용료를 골프존에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골프존 경쟁사인 국내 2위 스크린골프 장비업체인 티업은 코스이용료가 전혀 없다. 골프존 측은 "N형과 리얼은 완전히 별도의 제품이라 과금은 정당하는 점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신제품 개발을 위해 투입한 금액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대가"라고 말했다.

2012년에도 골프존은 점주들과 장비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골프존은 2012년 '비전'이라는 장비를 1대당 6200만원에 점주들에게 팔았다. 티업의 동급제품은 2000만원, G스윙은 2400만원에 판매한 것에 비하면 3배 폭리하는 것이다. 'N형'부터 '비전'까지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온 점주는 1대당 총 7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골프존 측은 "비전은 단순 업그레이드 제품이 아닌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이라며 "3년간 400여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을 투입해 고속카메라, 비전매트, 스윙분석서비스 등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은 골프존의 가격횡포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은 골프존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때문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그만큼 골프존 시뮬레이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골프존이 자체 조사한 2013년 시장점유율은 84.1%에 달했다. 송 위원장은 "골프존 브랜드는 물론 최신 버전의 기계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으니 점주들도 어쩔 수 없이 비싼 값을 치르고 업그레이드하거나 장비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게다가 이미 투자한 비용이 너무 많아 중간에 사업을 접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s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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