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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거래소 상장문턱 낮추기..'중국고섬' 악몽 스멀스멀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3-20 15:07 송고
© News1

수년전 서울 중랑천 일대에 방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빌라로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같이 높았다. 이유를 들어보니 상습 침수지역이라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드나들 때 발을 높이 들어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문턱을 높이면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업 170곳을 연내에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뒤부터다. 효과는 있다. 실제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찾는 해외업체들이 늘고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국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해외기업은 모두 18개다. 지난 2013년 2개사, 지난해 10개사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최근 한국 증시로 상장을 공식화한 한 영국의 미디어 관련 중소업체 '콘텐트 미디어'는 "홍콩 등 다른 증시에 비해 한국시장은 요구하는 게 적다"는 게 한국 상장의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홍콩증시에 상장하려면 11개나 되는 투자자를 만나 설명을 해야하고,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든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번거로운 절차가 없어 쉽게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외기업이 한국 증시를 찾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한편 우려도 된다. 170개 상장이라는 목표를 맞추기 위해 자격이 없는 회사까지 시장에 집입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새롭게 상장한 업체는 72개사에 불과하다. 올해 목표는 이의 두 배 가 넘는 것이다. 이때문에 거래소는 최근 코스피 상장준비기업을 대상으로 심사항목을 간소화했다. 기존 49개 심사항목을 34개로 줄였다.

"유망기업의 상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거래소의 입장이지만 불안한 마음도 든다.

시장이 그 자체로서 훌륭하다면 문턱을 낮출 필요도 없다. 앞서 언급된 홍콩시장도 그런 경우다. 후강퉁이라는 특급호재와 중국 시장 자체의 급성장으로 까다로운 절차를 밝고서라도 홍콩증시 입성을 하겠다는 다국적 기업은 이미 줄을 서있다.

홍콩의 지난해 IPO실적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이어 세계 2위다. 나스닥은 홍콩에 밀려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홍콩증시에서 IPO를 통해 조달된 금액만 30조원이 넘는다.

특히 이같은 성과는 억지로 문턱을 낮춰 얻어낸 결과가 아니라 시장 자체의 성장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올해도 중국 내 금융회사와 투자회사가 대거 홍콩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 팽창의 수혜를 바로 받는 업종들이다.

반면 국내투자자들은 아직 중국고섬의 악몽을 잊지 않았다. 문턱을 낮추겠다는 증권당국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거래소도 중국고섬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준비를 한다고는 한다. 그러나 이미 시장이 "한국은 쉽다"는 인식을 하고 우리를 찾는 기업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금융소비자 보호'의 취지가 빛을 바래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올해 170개의 회사를 상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지키지 못한다고 거래소를 탓할 생각은 없다. 시장 자체의 건전한 성장과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IPO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고섬과 같은 '침수피해'는 다신 없길 바랄 뿐이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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