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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참전 실종 동생의 결혼반지 70년만에 가족 품으로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2015-03-10 12:17 송고
70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남동생의 결혼반지를 껴보는 도로시 웹스터 © AFP=News1
70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남동생의 결혼반지를 껴보는 도로시 웹스터 © AFP=News1
2차 세계대전 참전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한 영국인의 결혼반지가 70년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고 AF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내 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10월29일 출격에 나섰던 영국 공군 소속 '할리팍스(Halifax)' 중폭격기 1대가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 남동쪽 60km 부근 마타네쉬산에 추락했다. 폭격기에는 7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 작전에서 돌아오지 못한 항공기와 승무원들은 그저 실종으로 처리됐다.
모두가 잊고 지낸지 15년여가 흐른 1960년 여름. 인근 마을에 살던 아효 칼라씨는 나무를 구하러 산에 올랐다가 손가락 유골 한 점을 발견했다. 손가락 뼈에는 반지가 하나 걸려 있었고 반지에는 'J&J'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그의 아들 세밀 칼라(63)씨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따르면 반지를 발견한 부근에 군비행기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독재자(엔버 호자)가 통치하고 있어서 함부로 신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경찰관인 칼라씨는 "아버지는 이 반지를 잘 보관했고 돌아가시기 전에 꼭 주인을 찾아 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로 결심한 후 티라나에 있는 미국과 영국대사관을 찾았다.

사연을 듣고 수색에 나선 영국과 미국 정부는 2013년 10월 해발 1828m 부근에서 폭격기의 잔해를 찾았고 마침내 이 반지 주인이 영국 더비 출신의 비행기 엔지니어 존 톰슨(사고 당시 23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반지에 새겨진 'J&J'는 존과 그의 부인이었던 조이스의 약자였다. 

이날 알바니아 국방부에서 열린 반지 반환 행사에는 톰슨씨의 한 살 누이인 도로시 웹스터(93)씨가 가족을 대표해 참석했다. 그는 "남동생이 70년 만에 집에 돌아왔다"고 눈물을 흘리며 반지가 담긴 작은 상자를 부여잡았다.

남동생을 기억하냐는 질문에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내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톰슨의 조카 앨런 웹스터(63)씨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삼촌이 돌아올까 산 속에 있던 집 문을 한 번도 잠그지 않았다"며 "늘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반지의 '반쪽주인'인 부인 조이스 씨는 그가 사라지고 2년 후 재혼을 했고 1993년 70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했다. 이 커플이 함께 산 기간은 고작 6개월이었다.


ic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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