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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도 담합있다…처벌도 선진국처럼

[미리보는 건설부동산포럼<2>]영국·네덜란드 '그랜드바겐' 방식 차용, 솔로몬 지혜 필요
제2 중동 특수 '그림의 떡' 될 수도…해외 신인도 하락 우려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 | 2015-03-08 15:27 송고 | 2021-02-23 13:04 최종수정
"국가기간산업의 주요 기업들이 입찰담합에 따른 처벌로 과징금을 1조원이나 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정지까지 받아야 할까?"
"뉴타운·재개발·재건축이 무산된 노후주택 밀집지역의 주민들은 어떻게 주거의 질을 높일 수 있을까?"

'미리보는 건설부동산포럼'은 오는 12일 열리는 뉴스1 건설부동산포럼의 사전 기획으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의 입찰담합 이중처벌 문제와 도시재생에 대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끝나지 않는 입찰담합처분에 건설업계 '그로기'
2.선진국도 담합있다…처벌도 선진국처럼
3.정부·서울시, 도시재생 직접 챙긴다…예산 지원 '확대'
4."엎지말고 살리자" 바뀌는 도시재생 트렌드…시장도 변화
5."재개발 갈등 해소하고 미래 주목하는 것이 도시재생"

최근까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아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내 건설사만 69곳에 달하고 과징금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 News1
최근까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판정을 받아 과징금을 부과받은 국내 건설사만 69곳에 달하고 과징금 규모는 1조원에 이른다. © News1
"입찰 담합은 분명히 잘못한 일입니다. 하지만 과징금에 이어 향후 2년간 입찰을 제한 하는 것은 건설업을 퇴출시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잇단 공공공사 담합조사와 제제로 1조원이 넘는 과징금에 이어 입찰마저 제한받게 되면서 해외건설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발주처들이 국내 건설기업들의 입찰참가를 제한시키거나 이미 수주한 해외공사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도 인정했듯이 공공공사 발주방식이 담합을 유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건설기업 활동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징금 부과, 이미 징벌적 성격…해외에서는?

국내 법에서는 건설사가 한 건의 당합행위에 대해 적발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고 이를 근거로 발주기관에서도 2년 이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문제는 과징금 부과와 입찰제한은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국내만 이뤄지는 이중처벌이다. 선진국에서도 공공건설공사 담합 사례가 발생했지만 이들 국가에서의 처리방법은 국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들 국가에선 영업활동 자제를 원천봉쇄하는 징벌적 수단 대신 과징금 부과와 계약보증금 증액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의 공정거래청은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약 7년동안 199개의 건설산업 입찰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입찰담합 사건을 2009년 9월 일괄조사했다. 이를 통해 103개사에 1억2920만 파운드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모든 사건을 종결했다.

네덜란드 경쟁국도 지난 2008년 토목공사 분야 조사대상자 657개사 가운데 611개사에 대해 총 7100만 유로, 도로공사 분야 대상자 374개사 가운데 346개사에 9400만 유로의 제재금을 부과하고 사건을 종료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은 입찰참가 제한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에만 한정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천형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으로 이미 제재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외국의 사례와 같이 국내도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주된 공공공사 입찰담합에 대한 조사 및 제재를 일괄적으로 처리(그랜드바겐)하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동4개국 순방외교 헛수고 되나…담합제재 '악영향' 끼칠수도

입찰제한에 따른 제재가 국내 건설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에서 교량 건설사업을 두고 한 중국 업체가 국내 건설사들에 대해 흑색선전을 벌이는 정황이 현지 대사관에 포착되기도 했다. 입찰참여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이 업체는 "한국 업체가 수주한다 해도 한국내 제재에 묶여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건설업계는 해외 경쟁업체들이 국내 입찰제한 제재를 앞으로도 악용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박근혜 대톨령의 중동 순방 효과로 수주에 대한 기대를 한 껏 높이고 있지만 입찰제한 제재 음해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

현재 약 14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장(NRO) 사업 수주에 국내 건설사들이 대거 참여를 준비중이다. 전체 10개 컨소시엄 가운데 5개 컨소시엄이 사전적격심사(PQ) 사업 수주를 통과해 최종 입찰을 압두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2006년 국내 업체들이 수주했지만 당시 공정위의 담합제재 여파로 무산된 적 있었다. 해외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쿠웨이트 NRP 프로젝트는 국내 건설기업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이지만 담합제재 소식이 해외 경쟁업체와 언론 등을 통해 확산됐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과징금 부과와 입찰참가 제한이라는 중복처분만이라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공정위 논리가 틀리지 않지만 이대로 가다간 경제 자체를 무너뜨릴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업계는 이미 자정노력을 통해 담합근절 의지를 보였고 과징금 또한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며 "해외건설시장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번지며 해외수주에도 악영향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입찰참가제한과 같은 중복처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거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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