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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옆 송현동 호텔 논란 재점화…서울시의 선택은?

여야 관광진흥법 4월 우선처리 합의에 시민단체 반발
박원순 시장 역사문화자원 보존 의지에 서울시는 신중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5-03-07 07:00 송고
25일 대한항공의 7성급호텔을 비롯한 복합문화단지 건립 예정 부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전경.  2013.9.25/뉴스1 © News1
25일 대한항공의 7성급호텔을 비롯한 복합문화단지 건립 예정 부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 전경.  2013.9.25/뉴스1 © News1

여야가 학교주변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하자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송현동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최종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의 입장이 다시 주목된다.

지난 2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통과를 합의하면서 양 당이 요구하는 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그중 포함된 것이 관광진흥법 개정안이다. 새정치연합은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법' 30개 중에서 관광진흥법을 비롯한 3개 법안은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급선회했다.

이에 경실련 등 1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송현동호텔건립반대모임'은 "학교인근 호텔건립은 학습 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우리사회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마저 기업의 돈벌이를 위해 헌신짝 버리는 것"이라며 "외국 관광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호텔의 수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여야 합의대로 관광진흥법이 4월 국회에서 통과되면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에 호텔이 건립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호텔건립을 추진중인 대한항공은 학교보건법상 승인을 받아야하는 중부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데다 교육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최종 패소한 상황이라 서울시에 호텔건립 계획(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승인 신청을 접수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학교 주변에 도박장 등 유해시설이 없는 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최종관문인 서울시 승인 절차의 문이 열리게 된다. 송현동은 애초 학교보건법상 호텔을 지을 수 없는 지역이다. 그러자 교육부 훈령으로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의 승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교육청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이제 관광진흥법 개정으로 수순이 나아간 것이다. 국토부도 입지규제최소구역을 신설해 학교 주변이라도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년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학교주변 호텔 건립 허용 의지를 밝힌 점도 가능성을 무르익게 하고있다.

서울시는 시 차원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확정한 바는 없지만 호텔 건립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박원순 시장은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러번 부정적인 뜻을 비췄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뉴스1이 마련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대담에서도 "한양도성 안, 4대문 안은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무시되고 파괴됐다"며 "서울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려면 개인의 권리는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양도성을 포함한 역사문화공간의 보존을 통한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고 있는 박 시장으로서는 북촌의 입구에 해당하는 송현동 부지에 거대 호텔이 들어서는 것이 반가울리 없다. 송현동은 경복궁과 북촌, 창덕궁과 종묘, 인사동을 잇는 역사벨트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또 강남으로 이전하는 풍문여고 부지에 서울공예박물관을 2018년까지 완공하는 등 북촌과 함께 이 지역을 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호텔도 2013년에 31개, 2014년 38개가 늘어나 호텔이 부족하지도 않다는 입장이다. 여러모로 서울시의 방향과 호텔 건립과는 번지수가 안맞는 셈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송현동 호텔 문제는 대한항공이 최종 패소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서울시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4월에 관광진흥법을 개정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볼 때 쉽지않을 것이며, 어느 정도 범위내에서 호텔 건립을 허용할지도 뚜렷하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는 조선시대에는 서울의 중심인 경복궁 옆 양반 계층의 주거지로 소나무가 많아 송현(松峴)이라 불렸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 식산은행원 숙소 부지로 쓰이다  해방 후 국방부가 미군에 빌려줘 미대사관직원숙소로 활용됐다. 2000년에는 삼성생명이 사들였으나 개발이 여의치 않자 2008년 한진그룹에 2900억원에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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