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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 vs 외로운 늑대…김기종 국보법 적용 논란

[美대사 테러] 검경 '친북' 의심 과거 행적 주목…지인들 "미혼에 홀로 숙식한 기초생활수급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황라현 기자 | 2015-03-06 13:38 송고 | 2015-03-06 14:57 최종수정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을 준비 중이던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가 범행 직후 주변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되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뉴스1 © News1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을 준비 중이던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가 범행 직후 주변 참석자들에 의해 제압되고 있다. (문화일보 제공)/뉴스1 © News1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를 과도로 공격한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55)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된 가운데 경찰이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과거 서울 시내에 김정일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고 개성에 나무를 심는다는 목적으로 7차례 방북하는 등 '친북' 의심을 사는 활동을 한 점 등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혼에 가족도 없이 사무실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해온 점, 전과 대부분이 국보법 위반과는 관련이 없는 점 등을 들어 김씨가 '외로운 늑대'일 뿐 친북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나와 국보법 적용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 과거 행적 보니…김정일 분향소 설치 시도·7차례 방북

    

김씨와 그가 대표로 있는 우리마당은 친북 의심을 사고 있다.

    

김씨가 만든 문화운동단체 '우리마당'은 1993년 새터주민교실 등을 열어 탈북자를 돕는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11년 12월에는 서울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하고 '한반도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우리마당은 이후 통합진보당이 속해 있던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여기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998년 우리마당이 개설한 통일문화연구소는 2011년 2월부터 매월 평화협정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국방부 앞 등지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연합군사훈련 반대 등을 위한 가두시위를 벌였고 올해는 한미연합 전쟁연습 중단촉구 시위에 참석했다.

    

그는 2006년 처음 북한을 다녀온 이래 이듬해까지 개성에 나무를 심는다는 목적으로 총 7차례 방북했는데 당시 김씨는 통일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하던 때였다. 또 다른 1차례 방북은 금강산 관광이었다.

    

2011년 12월에는 국보법 피해자 모임 3명과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북한 김정일의 분향소 설치를 시도하다 보수단체 회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대사 공격 직전에는 한 참가자에게 '남북대화가로막는 전쟁훈련 중단해라', '우리나라에게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켜라' 등 글이 적힌 A4 크기의 유인물을 건네기도 했다.

    

일련의 행적을 두고 일각에서는 ▲김씨가 통일교육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경위 ▲김씨 방북과 북한의 연계 여부 ▲리퍼트 대사 공격의 배후세력 여부 등을 수사를 통해 밝힐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미혼에 가족 없이 사무실서 홀로 숙식…"외로운 늑대"

    

김씨 주변에서는 그를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는 '외로운 늑대'라고 표현했다. '친북' 여부를 떠나 다혈질의 그가 홀로 지내다 극단적인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씨는 미혼이며 기초생활수급자이기도 하다. 김씨는 우리마당 사무실에서 홀로 숙식을 해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생활이 그를 범행으로 몰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김씨의 대학교 후배인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5일 "개인적으로 돌출행동을 하는 양상이 있어 주변 분들이 개인에 대한 걱정을 해왔다"며 내가 볼 때는 극단적 민족주의자 같다"고 말했다.

    

전과 6범인 김씨가 그동안 저지른 범죄 모두 친북과는 관련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씨의 전과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을 비롯해 상해, 업무방해 등이다.

    

1985년 광복절에 주한미국대사관 담을 넘어 진입 시도, 2007년 청와대 앞 분신 시도, 2010년 일본대사를 향한 시멘트 투척, 2014년 김정일 분향소 설치 시도 등이 있다.

    

또 2014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강연회 난동을 벌이고 일본대사관에 일본정부의 집단자위권 규탄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다 제지당하자 경찰에게 신발과 계란을 투척했다.

    

올해 1월30일에는 아이돌그룹 엑소 공연장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이를 말리던 공무원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사건은 지난달 17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됐다. 

    

◇ "김기종이 종북? 극단적 민족주의자…국보법 무리"

    

현재까지는 김씨에게 국보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우세해 보인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씨를 굳이 종북세력이냐 외로운 민족주의자냐 둘 중 하나로 나눠서 생각해보자면 외로운 민족주의자 쪽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확히 말하면 외로운 민족주의자라기 보다 '미친 민족주의자'이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정황을 살펴보면 어떤 배후를 가지고서 철저히 계산해서 이번 일을 벌인 것 같지 않다"며 "이번 사건으로 한미관계가 경색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행위를 해서 개인이 얻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그런 의미에서 이걸 가지고 어떤 특정 집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개인의 돌출행동을 진영논리의 공고화에 이용하는 것은 이제 극복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종일 서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는 "김씨가 워낙 마당발이라 행사장에서 가끔 마주쳤는데 현실을 직시하는데 조금 부족한, 관념성이 내포된 민족주의자"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일정기간 치료를 위해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인의 두드러진 일탈도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며 "종북몰이로 몰고가서 특정 세력이 패권을 가져가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변호사는 "김씨의 방북전력과 김일성 분향소 설치에 국보법 적용은 어려울 것 같다"며 "방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다녀온 것이고 분향소는 그 당시에도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꽤 시간이 지난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물론 수사과정에서 이적 표현물이나 찬양고무 행위가 새롭게 발견되면 그때는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지금 이 사항만으로는 조금 과도한 법적용일 것 같다"며 "이 사건을 솔직담백하게 접근하는게 아니라 공안사건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갖게 한다"고 덧붙였다.




pej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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