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민화협 초청 조찬 강연장에서 괴한의 공격 받아 피를 흘리고 있다. 괴한은 "전쟁 훈련 반대"를 외치며 경찰에 끌려갔다. 2015.3.5머니투데이/뉴스1 © News1 |
5일 발생한 사상 초유의 '한국인, 주미대사 습격사건'은 '한미 군사동맹'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한 개인이 저지른 범죄라는 측면에서 한미 간 군사동맹에 직접 영향을 줄 여지는 낮은 반면 한미일 3국 간 군사협력 부분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약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마크 리퍼트 대사 피격 사건 범인 김기종(55) 우리마당 대표가 밝힌 범행 동기는 사실상 한미 군사동맹에 대한 혐오감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체포된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범행동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전쟁훈련을 반대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산가족이 못만나는 이유가 전쟁훈련 때문이라 그랬다. 전쟁훈련 중단합시다. 키 리졸브…"라고 말했다.지난 2일부터 시작된 한미 간 연례연합훈련 '키 리졸브(KR)'훈련과 독수리(FE) 연습'을 전쟁훈련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관계의 경색도 한미 간 훈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남북관계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것은 남북 간 신뢰가 부족해서이고, 북한이 한미훈련을 '북침전쟁연습'으로 주장하는 만큼 이를 축소·중단해야 남북 간 불신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한미 군사동맹과 관련한 이같은 주장이 미국대사 습격이라는 비상식적이고 극단적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수십년 간 한국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여길 수 있는 미국 국민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뒤통수를 친 격으로 해석될 법하다.
때문에 한미 간 군사훈련 등 동맹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에서 가장 견고한 수준이라고 자처하던 '한미동맹'은 상당한 내상을 입게 됐다는 평가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국민들에게 배은망덕한 한국으로 인식될까봐 우려된다"며 "기본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가까워야 서로의 국익에 부합하는 데 이번 사건으로 상호 간 신뢰감에 악영향을 주게됐다"고 말했다.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과거사 발언으로 한미일 간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미국대사 습격사건이 터졌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때문에 한미일 안보협력에 좀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던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에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분위기가 전개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전개 과정에서 일본의 목소리가 커지고, 우리 정부 협상력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이 저지른 이번 사건을 한미동맹과 필요이상으로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간 필요성에 의해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만큼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비정상적 사고에서 이뤄진 기행적 사건으로 우리 국민의 여론을 대변한 게 아니었다"며 "사회적 사건으로 다뤄야지 정치적으로 다뤄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bin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