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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 테러] '80바늘' 꿰매…얼굴, 길이 11㎝·깊이 3㎝ 자상

범인 김씨 "10일 전부터 범행 계획했다"…경찰 "살인미수나 상해죄 적용 검토"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권혜정 기자, 박응진 기자, 류보람 기자 | 2015-03-05 14:49 송고 | 2015-03-05 15:51 최종수정
흉기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뉴스1 © News1
흉기 피습을 당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뉴스1 © News1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중 진보성향 단체 대표인 김기종(55)씨의 흉기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었다.


미국 정부가 리퍼트 대사에 대한 폭력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향후 양국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은 미국 관련 시설은 물론 주한외교 사절, 공관저 관련 시설과 요인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또 미국 대사관 요청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 외빈 경호대 7명이 미국 대사·배우자에 대해 근접경호를 지원 중에 있다.


경찰에 따르면 5일 오전 7시42분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1층 세종홀에서 리퍼트 대사가 공격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세종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 참석 중이었다.


헤드테이블에 앉아 강의를 준비 중이던 리퍼트 대사는 25㎝ 길이의 과도를 든 김씨의 공격으로 오른쪽 얼굴 부위, 왼쪽 손목 등에 자상을 입었다.


부상 부위에 피를 흘리던 리퍼트 대사는 현장 인근을 순찰 중이던 종로경찰서 세종로파출소 순찰차를 타고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응급치료를 받은 리퍼트 대사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의식이 있었다.


리퍼트 대사는 오전 9시30분쯤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에 들어갔다.


리퍼트 대사는 수술실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며 '나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I'm OK, I'm OK. Hey, guys, don't worry)는 말을 두 차례 하고 들어갔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30분 동안 얼굴 등의 상처 80여바늘을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은 후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은 성형외과 과장 유대현 교수와 정형외과 수지접합 전문의인 최윤락 부교수가 집도했다.


수술 결과 리퍼트 대사는 오른쪽 광대뼈에서 턱 위까지 길이 11㎝·깊이 3㎝의 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로 인한 기능적 후유증은 없겠고 상처도 1~2년 지나면 희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손 부위 상처로 인해 새끼손가락의 신경 손상이 우려된다"며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정상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수술을 맡게 된 것은 미 대사관이 지정한 병원이자 지난달 부인 로빈 여사가 출산을 한 병원이기도 해서라고 병원 측은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을 지내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5년 당시 연방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안보담당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이와 관련해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리퍼트 주한미국대사가 5일 아침 서울에서 강연 도중 공격 당한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폭력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쾌유를 빌었다.

중동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사건 발생 30여분 뒤인 오전 3시13분쯤(현지시간)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을 보고 받고 신속한 조치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리퍼트 대사의 피습사건은 주한미국대사에 대한 신체적 공격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철저한 수사,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오마바 대통령와 미국 정부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5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15.3.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리퍼트 대사를 흉기로 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5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 종로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2015.3.5/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리퍼트 대사를 향해 흉기를 휘두른 김씨는 미리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현재 문화운동단체인 '우리마당'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범행 후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친 김씨는 낮 12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에서 치료를 끝내고 나오면서 '언제부터 범행을 계획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10일 전부터 계획했다. 민화협 행사에 초청받으면서부터 했다"고 답했다.


혼자 계획했느냐는 질문에는 "같이 하면 큰일 난다"며 단독범행이라고 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전쟁에 반대해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보다 더 큰 폭력이 어디있느냐"면서 "남북대화 정상화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범행 직후 체포되는 과정에서 "전쟁 훈련 반대"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치료 후 다시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범행 계획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받는다.


김씨가 운영 중인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블로그에 따르면 김씨는 1978년 광주 금호고등학교, 1984년 성균관대 법학과 등을 졸업했다.


이후 1995년 숭실대 통일정책대학원에서 '남한사회 통일문화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7~2007년 성공회대 외래교수로 재직했다.


김씨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한·미 전쟁연습 규탄 등 1인 시위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블로그 소개글에서 '싫어하는 것'(dislikes) 목록에 1905년 '카스라-태프트 조약', '미국·일본X들 때문에 둘로 나뉘어진 38선' 등을 올렸다.


'소원 목록'(wish list)에는 '남북이 공동국호로 COREA를 사용, 단일기를 흔들며 아리랑이 울려퍼졌으면, 그렇게 되면 통일이 성큼 다가오겠지'라는 글귀를 담았다.


김씨는 과거 돌발행동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2월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대문구 신촌번영회 정기총회를 찾아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과 관련해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김씨가 질문을 계속하는 바람에 관계자들이 그의 마이크를 뺏으려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앞서 2010년 7월7일 '한일 공동번영'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시게이에 도시노리 전임 주한일본대사를 향해 콘크리트 조각을 던진 혐의(외국사절 폭행)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씨는 2006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동료 6명과 함께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기고 '독도지킴이'를 만들기도 했다.


독도 예술제, 독도 우리말 이름짓기 행사 등을 열며 독도사랑운동을 계속해온 김씨는 지난해 책 '독도와 우리, 그리고 2010년'을 펴낸 바 있다.


리퍼트 대사가 피습 당한 현장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리퍼트 대사가 피습 당한 현장이 경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한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리퍼트 대사가 경호대상이 아니라 경비요청도 없었고 특별한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윤명성 종로서장은 "대신 사전에 오늘 행사가 있을 것을 알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1개 제대(25명)와 형사 1명, 정보관 2명 등을 세종홀 주변에 배치하고 우발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관계자는 "규정에 따르면 미국대사는 요인 보호대상이 아니며 외사경찰 1명은 공식 수행통역 요원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사관 측의 경호요청 시 경호지원을 한다. 미 대사관은 보안을 이유로 대사일정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이날 행사도 아침에 통보 받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의 여부에 따라 김씨에 형법상 살인미수 또는 폭처법상 흉기 등 소지 상해죄 적용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민화협 주최 세종홀 강연장에서 발생한 테러행위에 대해 한미 양국 정부와 국민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화협은 리퍼트 대사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이번 사건을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 테러로 규정하며 이번 사건이 양국의 우호관계에 추호의 손상도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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