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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챔피언이 뭐길래..국책은행 눈먼돈 펑펑주다 결국 부도

우양에이치씨 최종부도..미청구 공사대금만 1675억원, 그런데도 장부에는 흑자
국책은행 421억원 융자..대주주 횡령 끝에 부도..2대주주도 부도 눈치못채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3-05 14:18 송고 | 2015-03-05 19:00 최종수정
작지만 강하다고 정부가 인정한 기업이 또 부도를 냈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가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다 최종 부도처리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은 지난해 모뉴엘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강소기업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여 이런 일을 방지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러나 4개월만에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우양에이치씨는 발행 전자어음 126억9550원에 대한 결제를 이행하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고 4일 공시했다. 앞서 지난 2일 우양에이치씨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해둔 상태였다.

◇ 미청구 공사대금만 1675억원, 그런데도 장부엔 흑자..분식회계 냄새 풀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의하면 우양에이치씨의 지난 2013년 매출은 2260억원, 영업이익은 216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돼 있다. 작년에도 3분기 매출 1697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이는 가짜일 가능성이 많다. 매출이 700억원 넘게 줄었는데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돼 있다. 더욱이 지난해 11월 공시된 우양에이치씨의 2014년 3분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미청구공사대금만 1674억7899만원 규모가 잡혀있다. 미청구공사란 공사를 진행을 했는데 상대방에게 청구는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미청구공사는 수주업체와 발주업체 사이에서 공사완성도를 두고 차이가 발생할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수주업체는 공사가 50% 진행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발주업체는 30%밖에 인정을 하지 않을 경우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미청구공사로 공시된다.

미청구공사액이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얘기는 공사의 원가계산이 처음부터 잘못됐거나, 분식회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근거가 된다. 발주처에 실제 청구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익으로 인식해 재무제표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양에이치씨의 경우 전통적으로 미청구공사가 많은 회사였다. 그 규모도 매년 늘어났다.

지난 2010년 미청구공사 금액은 총 875억8307만원이었다. 2011년에는 미청구공사 금액이 1013억원으로 늘었으며, 2012년에는 1227억7137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3년에는 1489억8404만원, 2014년 3분기 기준으로는 1674억7899만원으로 매년 공사를 해놓고 청구하지 못한 금액이 늘어났다.

이처럼 미청구공사가 많은 경우 재무제표상 운전자본의 증가로 이어진다.

우양에이치씨는 미청구공사에 따라 지난 2013년에는 운전자본이 262억1267만원 증가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202억3994만원이 늘어났다.

운전자금을 늘리기 위한 대출도 더 가파르게 급증했다. 우양에이치씨의 지난 2012년 3분기 기준 단기차입금 중 운전자금대출분은 253억5557만원이었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713억252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의 질도 불량해졌다. 2012년 운전자금 단기차입금은 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제도권 1금융을 이용한 대출이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에는 7%대 개인 사채를 쓰기도 했다.

◇ 히든챔피언이 뭐길래..국책은행 거액 융자, 대주주 횡령끝에 부도

이때 숨통을 틔워준 것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수출입은행은 우양에이치씨에 연1.60~2.31% 의 저리로 247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해줬다. 산업은행은 연 1.77~5.31%의 비교적 낮은 금리로 174억원의 운전자금 대출을 설정해줬다. 우양에이치씨의 히든챔피언 선정 전인 지난 2012년에는 없던 대출이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우양에이치씨는 이를 배신했다. 지난해 9월 박민관 전 대표이사와 김효남 재무담당이사(CFO)가 회사 자금 13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발당한 것이다.

당시 협력사 대표였던 현 이병용 대표가 유상증자를 통해 대주주(21.67%)가 되고 금융권에서도 100억원 가량을 지원했지만 결국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130억원 규모의 어음결제에 실패했다.

2대주주(17.39%)인 스틱인베스트먼트(PEF)도 우양에이치씨의 부도를 사전에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든챔피언'에 선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던 당국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더구나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모뉴엘 사태를 계기로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으로 인증하거나 육성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전체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뒤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모뉴엘사태 당시 다른 제도권 은행들이 모뉴엘에 대한 대출을 회수할 때 수출입은행은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에게 300억원의 여신한도를 부여하는 제도에 따라 수출채권 매입한도를 오히려 늘려줘 결국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우양에이치씨도 모뉴엘과 같은 분식회계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우양에이치씨를 상장폐지하기로 하고 6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정리매매를 위해 주권매매 거래 정지를 해제한다.

 


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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