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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또 바퀴빠진 '서울모터쇼'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2015-03-05 11:46 송고 | 2015-03-05 18:26 최종수정
 

현재 전세계 자동차업계의 눈과 귀는 스위스 제네바를 향해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열리는 제85회 '2015 제네바모터쇼' 때문이다. 이번 제네바모터쇼에는 전세계 220여개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참석해 총 900여종의 차량을 전시한다. 특히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차량만 130여종에 달한다. 제네바모터쇼가 '5대 모터쇼'라는 위상을 새삼 느끼게 한다.

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차를 공개하고, 미래의 신기술을 선보인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은 그런 현장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모터쇼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만 수조원대에 이른다. 축제와 사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곳이 바로 모터쇼다. 그러다보니 업체들은 수십억원의 비용을 들여서 모터쇼에 참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모터쇼는 저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매년 1월초에 열려 그해 자동차 시장의 방향성(트랜드)을 미리 볼 수 있는 '디트로이트모터쇼', 친환경 차량이 대거 등장하는 '제네바모터쇼', 유럽 브랜드들의 신차를 많이 볼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파리모터쇼'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중국차 업체들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상하이모터쇼'와 '베이징모터쇼'도 관심의 대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각각의 모터쇼 특색에 맞춰 전시를 준비한다.

이번 제네바모터쇼에서 신차를 내놓은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르노 등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이상 준비했다. 일부 업체들은 신차 공개 무대를 올해 제네바모터쇼로 정하고 개발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모터쇼가 갖는 상징성에 해당 신차의 특성을 연결짓기 위해서다. 유독 제네바모터쇼에서 새로운 친환경차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제네바모터쇼가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현재 서울에서는 '2015 서울모터쇼' 개막준비가 한창이다. 4월초 경기 킨텍스에서 열리는 '서울모터쇼'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조직위원회는 올해 행사는 10회에 걸맞게 치루기 위해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덕분에 2년전보다 참가하는 완성차업체들도 많이 늘었고, 행사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서울모터쇼를 바라보는 자동차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규모가 커지는만큼 내실을 기하지 못하다는 평이다. 서울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프리미어 차량의 숫자가 매번 줄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서울모터쇼의 월드프리미어 차량은 달랑 6종. 2011년 8회 서울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 차량이 12종 선보였는데 2013년 열린 9회 행사에는 9종으로 줄었고 올해는 6종으로 줄었다. 게다가 수입차업체들은 단 한번도 서울모터쇼에서 월드프리미어를 공개한 적이 없다.

반면 수입차업체들은 제네바모터쇼에서 앞다퉈 월드프리미어를 공개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올초 열렸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월드프리미어를 공개했고, 서울모터쇼 직후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서도 월드프리미어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중이다. 수입차들이 서울모터쇼를 외면하는 이유는 '서울모터쇼 위상과 국내 시장규모가 월드프리미어를 내놓기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서울모터쇼도 겨우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볼보자동차와 FCA코리아는 아예 불참한다.

서울모터쇼에 참가하려면 개별 자동차업체들은 임대료, 부스 설치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약 30억원이 든다. 고가의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 본사에서 차량을 공수해오는데 드는 항공운송비, 보험료, 대여료 등 대당 1억~3억원 가량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레이싱모델을 세우기 위해 1명당 최고 200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열흘간의 행사를 위해 수십억원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해외 유명 모터쇼 참가비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서울모터쇼는 투자대비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산 타이어업체들도 불참한다.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3사는 서울모터쇼의 콘셉트, 홍보효과, 시장상황 등을 이유로 이번에도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한국타이어는 제4회 '1999 서울모터쇼'에 한번 참가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 1999년과 2011년 두 차례 참가했다. 넥센타이어는 국내에서 열린 모터쇼에 공식적으로 참가한 적이 아직 없다. 타이어업체들도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모터쇼는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가 아니라 업체간의 계약을 체결하고 협상하는 등의 비즈니스 현장이다. 그들은 투입한 수십억원의 몇배에 달하는 이익을 가져가기를 원할 것이다. 조직위는 관람객 유치에만 힘을 쏟기보다는 참가업체들을 위해 유명 바이어(구매자)들도 적극적으로 초청해야 한다. 지난 2013 서울모터쇼가 창출한 경제효과는 1조원을 넘어섰다. 참가업체들은 41개국에서 방한한 1만4300여명의 해외 바이어들과 14억385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수출상담 실적은 약 2배, 경제효과는 약 1.5배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네바모터쇼, 파리모터쇼 등에 비하면 20~30%에 불과하다. 

조직위는 이번 서울모터쇼에 중국, 멕시코,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의 부품 구매 사절단을 유치해 국제적인 사업 기회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아시아, 중남미 등의 해외 언론인들도 초청해서 참가업체의 해외 홍보를 도울 예정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업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부족하다. 더 많은 월드 프리미어를 유치하고, 타이어 업체들의 참가를 독려하려면 서울모터쇼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그 위상을 높이는 방법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보다는 참가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쪽으로 기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엔진이 아무리 좋아도 바퀴가 없으면 자동차 구실을 못한다.




rje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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