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넴초프 장례식에 조문객 수천명 운집…"우리의 영웅"

정적 푸틴, 참석하진 않았지만 조화 보내…일부 외국인 추모객은 입국 거부
유일한 목격자 여자친구 "아무 것도 못봤다" 우크라이나로 귀국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03-03 23:29 송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진행됐다. 평온한 표정의 넴초프가 안치된 관 옆으로 그를 추모하는 카네이션들이 놓여있다. ©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진행됐다. 평온한 표정의 넴초프가 안치된 관 옆으로 그를 추모하는 카네이션들이 놓여있다. © AFP=뉴스1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보리스 넴초프(55) 전 러시아 부총리의 장례식에 수천명이 몰려들어 추모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넴초프의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중심부의 안드레이 사하로프 인권센터 안팎에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러시아 관습에 따라 장미꽃과 카네이션, 초를 손에 든 사람들로 이른 시각부터 붐볐다.

넴초프의 어머니인 디나 에이드만(87)과 미망인, 동거녀들, 자녀들이 관 옆을 지키는 가운데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울려퍼지며 엄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다수의 조문객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관 안에 안치된 그의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며 이동했지만 일부 조문객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흐느끼기도 했다.

조문객들은 넴초프를 칭송하는 한편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러시아 정치와 푸틴 정권을 비판했다.
드미트리 아파나시예프는 "이런 일(넴초프의 피살)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조국과 우리 국민들이 부끄러워 이곳에 오게 됐다"며 푸틴 대통령은 물론 우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넴초프의 측근이자 기자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그는 러시아를 떠나 편안하고 쉬운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결국 남는 길을 택했다"며 "그는 우리의 영웅"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재계 인사로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미망인 나이나와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 아르카디 드로브코비치 전 부총리,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 억만장자인 미하일 프로호로프 뉴저지 네츠 구단주, 러시아 시장경제 개혁을 이끈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대통령궁 행정실장 등이 추모에 동참했다.

외국 주요 인사로는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와 존 테프트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등이 장례식에 참석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추모객들이 줄을 서서 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자택으로 돌아가던 중 모스크바 강 다리 위에서 괴한의 총격에 숨졌다. © AFP=뉴스1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부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추모객들이 줄을 서서 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알려진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자택으로 돌아가던 중 모스크바 강 다리 위에서 괴한의 총격에 숨졌다. © AFP=뉴스1


앞서 러시아를 찾은 보그단 보루세비치 폴란드 상원 의장과 라트비아의 산드라 칼니에테 유럽의회 의원 등 일부 외국 정치인들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입국 금지조치를 받아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칼니에테 의원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을 솔직하게 말해왔는데 이 때문인 것 같다"며 "러시아 친구는 이제 많지 않으며 오늘 내가 러시아의 적으로 구분됐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러시아의 행위는 합리성을 완전히 결여했다"며 "러시아 당국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며 공식 해명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마야 코치얀치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개인 자격으로 입국하는 이들에 대한 입국 거부는 명백한 기본 원칙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수감 중인 또 다른 대표적인 반 푸틴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는 장례식 참석을 위한 특별 외출을 신청했지만 허가받지 못했다.

한편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지는 않지만 조화를 보냈다고 밝혔다.

넴초프에 대한 추모의 물결은 국외에서도 이어졌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넴초프에게 추서 훈장을 수여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에게 있어 넴초프는 러시아의 애국자이자 우크라이나의 친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이 모두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넴초프의 사망 직후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공개하려던 중 숨졌다고 주장했다.

넴초프는 지난달 27일 모스크바 강 다리를 건너 자택으로 귀가하던 중 희색 차량을 탄 괴한들의 총격에 의해 현장에서 즉사했다.

푸틴 대통령은 사건 직후 유가족에게 조전을 보내 넴초프를 러시아 정치·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칭송했으며 용의자 체포에 최선을 다할 뜻을 밝혔다.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도 넴초프 살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300만 루블(약 528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모스크바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이 6만루블(약 105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금액이다.

피살된 러시아 야권인사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여자친구 안나 두리츠카야.© AFP=뉴스1
피살된 러시아 야권인사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의 여자친구 안나 두리츠카야.© AFP=뉴스1


유일한 목격자인 넴초프의 여자친구 안나 두리츠카야(23)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채 전날인 2일 고국인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수사위 관계자들은 두리츠카야가 사건 해결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주변 정황 등을 설명해 줄 주요 목격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두리츠카야 본인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등 뒤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용의자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총격 후 뒤를 돌아봤지만 차량이 흰색이었다는 점을 제외한 나머지 번호판이나 모델 등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findlove@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